문화란 인간이 지닌 높은 정신의 소산이다. 그 민족의 문화유산이 얼마나 뛰어나고 얼마나 잘 보전되고 있느냐에 따라 '문화선진국'이 될 수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나라와 민족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던 백범(白凡) 김구(金九)는 일찍이 '나의 소원'이라는 저서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소망,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다. 실제 우리는 구석기문화까지 거슬러 오르면 30만년의 문화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매일 보는 문화유산에 대해 그 소중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릇된 '문화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아 우리 것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향마저 있다. 그 때문에 많은 문화유산들이 개발논리에 밀려 훼손되고 파괴되는 경우를 얼마나 많이 보아 왔던가.
유네스코는 1954년 '무력분쟁시의 문화재 보호를 위한 조약'에서 문화재의 정의를 상세히 규정했다. 그 뒤 흩어져 있는 문화재를 인류가 공유하는 재산으로 인정하고 그 범위와 대상을 계속 넓혀 왔다. 지난 1993년부터는 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 의해 등록된 문화재는 영구보존을 위한 기술과 재정지원을 해오기도 했다.
경주 남산·월성·대능원·황룡사 등이 포함된 경주 역사유적지구가 고창·화순·강화의 고인돌 유적과 함께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 등록이 확실시되고 있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문화유산위원회 의장단회의에서는 이들 두 문화유산에 대해 등록을 권고키로 결정했으며, 오는 11월 오스트레일리아 케언스의 본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문화유산으로는 서울 종묘, 창덕궁,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과 판전, 수원 화성 등이 이미 지정돼 있지만 세계문화유산 지정만이 능사는 아니다. 보호 조치를 우선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1997년에 제정이 검토되다 유야무야된 '고도 보존법' 문제, 얼마 전 서울 풍납토성의 유적들이 재개발로 파괴된 일도 되짚어 봐야 할 아픈 대목들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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