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뼈깎는 구조조정 있어야 활로

지난 3월 교육부가 발표한 '지방대 졸업생 공무원 특채제도'와 '지방 사립대 모집정원 완전자율화'등 지방대 육성을 위한 일련의 정책은 교육부가 지방대를 바라보는 인식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 모범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특채제도는 대학이 재학생을 지방자치단체에 추천, 심사를 거쳐 6급, 7급 공무원으로 임용한다는 발상이었으나 관련부처와 협의없이 4.13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느닷없이 발표, 지자체의 눈총만 받은 채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지방사립대 정원을 완전 자율화해 지방대의 어려운 재정을 지원하겠다는 정책 역시 학생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지방 군소대학의 실정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란 비난이 잇따랐다. 지방사립대 정원 자율화가 이뤄질 경우 지방 군소대학의 학생이탈은 더욱 심화돼 지방대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사실은 불보듯 뻔한 이치. 교육부의 지방대 정책이 그만큼 즉흥적이고 임기응변식이라는 지적이다.

다행히 교육부가 최근 지방대학 육성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전국 광역권별로 지역대학별 협의회를 구성, 여론수렴작업에 나서기로 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방대 육성을 위해서 우선 각 대학별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 등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지방대 특성화 강화 △지방대 연구여건 개선 △지역산업 개발과 연계된 지방대 인력양성 △수도권 대학의 지방이전 등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90년대 들어 대학 입학인원은 급격히 증가했으나 지방대의 경쟁력은 수도권 대학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지방대의 경쟁력 약화는 정부의 잘못된 지방대 정책뿐 아니라 지방대 내부 요인도 적잖다는 시각도 많다.

지난 97년 IMF사태이후 각 대기업들이 자산매각, 인원감축 등 고통스런 구조조정에 자발적으로 나섰으나 각 지방대들은 별 다른 위기의식 없이 오히려 입학정원 증원과 기구확장 등 '잡화점식 운영'에 주력해왔다.

지난 98년 추진됐던 국립대 구조조정안도 교수 등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국립대 구조조정은 지난 4월부터 다시 국립대 발전계획으로 명칭이 변경돼 추진되고 있으나 정작 중요한 유사학과 통폐합 , 직제개편 등 조직 슬림화내용은 거론이 되지 않고 있다.

경북대의 경우 당초 일부 단과대 통합, 학장제 폐지, 유사학과 통폐합 등 획기적 구조조정안에 대한 검토가 있었으나 교수 등 학내 구성원의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용두사미(龍頭蛇尾)'식 발전계획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IMF 체제이후 경북대의 구조조정은 기능직 인원을 40여명 줄인 것 뿐이라는 자조스런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영남대 역시 지난 98년 본부 부처장제 폐지 보직 겸직확대 등 행정지원인력 감축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에 나섰으나 최근 다시 부처장제를 슬그머니 부활해 구조조정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학 행정 관계자들은 대학 구조조정을 하기위해서는 무엇보다 불합리한 학과와 보직을 개편하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대의 경우 화학관련 학과와 생물관련 학과가 각각 4개, 토목관련 및 유전공학관련 학과가 각각 3개에 이르는 등 중복된 유사 학과 처리가 고민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또 계명대의 경우 외국어 관련학과가 인문과학대 어문학부와 국제학부에 중복 개설되는 등 각 대학마다 유사 성격을 지난 학과의 통.폐합문제가 대학구조조정의 선결요건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역대학들은 각 단과대의 폐지여부와 교수연봉제 도입 등에 대해서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게걸음을 하고있는 실정. 아울러 학생부족으로 곤란을 겪고있는 지방 군소대학의 경우 자율적으로 미달학과 정원을 줄이거나 폐과를 전제로 학부제를 도입하는 등 대학 정원을 관리하는 정책부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2년 연속 입학정원을 못 채운 대학에 대해서는 특별관리대상 대학으로 선정, 필요한 지원을 하되 정원감축을 유도하는 방안마련이 시급하다.

또 선별된 지원을 통한 대학특성화 사업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처럼 각 대학마다 유사한 분야에 대해 특성화분야를 같이 지정할 경우 당초 취지의 '특성화'목적이 퇴색되는 만큼 각 대학별로 각기 다른 분야에서 특성화를 꾀할 수 있도록 역할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한편 수도권 대학의 지방이전도 지방대 활성화를 위한 획기적인 방법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이밖에 국토개발원 등지에서 제시된 지방대 육성방안은 지역의 산업개발과 지방대학의 인력양성을 연계시켜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지방대가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영주 동양대 김운회(경영학부)교수는 "지방대학 육성문제는 수도권 대학신설 및 정원증원 억제와 같은 수동적인 전략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며 "서울지역 대학보다 지방대학에 연구지원을 확대하고 지방이전을 꾀하는 서울소재 대학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柳承完기자 ryusw@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