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국의 잠롱'으로 불렸던 공직자가 부패한 시장이었다는 사실은 지금도 우리들에게 충격으로 남아있다. 전 성남시장 오성수(吳誠洙)씨. 시장공관을 허물어 영세민용 아파트를 짓고 자신은 전세아파트로 옮겨간 일를 해서 '한국의 잠롱(청백리로 유명했던 태국 전 방콕시장)'으로 칭송을 받았다.
▲한푼의 검은 돈을 받은 일이 없다고 알려져 정부로 부터 홍조근정 훈장까지 받아 건국후 으뜸가는 청백리로 신망을 모았었다. 알고보니 '돈시장'이었다. 지하상가 건설과 관련해 뇌물을 챙겼고 재물이 별로 없다던 그가 5억원어치의 양도성 예금증서도 가지고 있어 '우리에게 청백리는 과연 없는 것인가'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재직기간중 신고하지 않은 정치자금 등으로 청문회에 선 헬무트 콜 전 독일총리의 경우도 공직자의 몸가짐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깨끗한 행적으로 신망을 모았지만 200만마르크(11억원)의 개인 비자금조성으로 '독일 통일의 거인'이 '부패한 총리'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비리를 밝혀줄 수 있는 자료들을 총리퇴임직전에 파기한 것도 드러나 부패하고 정직하지 못한자는 지위의 높고 낮음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는 분개심도 촉발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이웃나라 일본의 정치권도 대형 뇌물스캔들이 터졌다. 나카오 에이치(中尾米一)전 건설상이 장관재직때인 지난 96년 3천만엔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30일 구속됐다. 나카오 전 건설상과 돈을 준 건설회사 관계자들과 다리를 놓은 사람은 재일동포였다는 점이 우리들에게 충격을 준다.
▲정치인과 돈은 뗄 수 없는 유착관계라는 속설은 동·서양이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무분별한 욕심이 화근이다. 소크라테스가 '인간의 성숙과 완성단계'를 규정한, '겸손하고 온화, 공정, 신중하라'는 말을 넘어선 행위다. 우리 정치권도 욕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크게 불거지지 않았을 뿐이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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