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워크피아-IMF이후 가정해체 아동학대 불러

'매맞는 아동,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지난 98년 이후 아동학대 사례는 급증했다. 이는 IMF경제난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빈곤과 사회적 고립이 이혼, 별거, 가출 등 가정해체를 가속화시켰고 다른 한편으로 자녀들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정의 63%가 이혼, 가출, 재혼, 별거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아동학대 가해자의 64%는 실직상태이고 38%가 사회적 고립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가 올해 실시한 '아동학대의 실태 및 후유증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발생률이 전체가구의 43.7%이고 9.7%는 형사처벌이 가능한 정도여서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아동학대방지 및 보호정책은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대받는 아동을 격리, 보호할 전문기관은 전무하고 이들을 상담하고 치료할 시설조차 없다. 광역자치단체별로 아동청소년상담소 한곳씩만 운영하며 아동학대사례를 접수하더라도 연고가 없는 아이를 아동보호시설에 수용하는 조치가 고작이다. 만일 부모 중 어느 한쪽이 생존해 있을 경우 학대사실을 알고도 격리·보호시설이 없어 다시 집으로 되돌려보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다행이 일부 민간단체들이 상담센터 등을 운영하며 학대아동에 대해 초보단계의 심리치료나 놀이치료를 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예산지원이 제대로 안돼 날로 늘어나고 있는 아동학대에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는 뒤늦게 아동학대 신고접수를 위한 '긴급전화' 설치와 '아동보호전문기관' 설치를 골자로 한 개정 아동복지법을 마련했으나 법 시행 10여일을 앞두고도 예산은 물론 시행령과 시행규칙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아동학대 현황과 실태

사례1=A(17)양은 지난 97년부터 두 동생과 함께 아버지로부터 수없이 맞아 이마가 찢기는가하면 실신하기도 했다. 어머니가 집을 나간 뒤 아버지의 폭력은 강도를 더했고 심지어 흉기도 휘둘렀다. 아버지는 할머니에게까지 폭력을 휘두르다 결국 존속상해 혐의로 구속됐으나 오는 9월 출소예정이라 최근 ㄱ양과 두 동생은 공포감에 시달리고 있다.

사례2=고아원에서 자란 B(15)양 자매는 지난해 9월 10여년만에 어머니를 만나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이젠 노래방을 전전하며 손님들을 접대해야 하는 서글픈 처지에 놓여 또다른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어머니는 이들에게 접대는 물론 윤락을 강요하면서 말을 듣지 않으면 폭력배들을 동원해 초주검이 되도록 때리기 때문이다. 친어머니라 경찰에 신고도 못하는 형편이다.

사례3=초등학교 6학년인 C(13)군과 누나(14)는 술만 마시면 몽둥이로 마구 때리는 아버지때문에 수차례 집을 나갔다. 지난 97년9월 이웃주민이 이 사실을 민간상담소에 알려 대구 인근 지역의 친척집에서 숨어 지냈으나 두달만에 아버지에게 불려가 또다시 숱한 매질을 당했다. 결국 C군 남매는 지난달 아버지를 피해 민간상담소로 거처를 옮길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이웃사랑회 대구지부 부설 '대구아동학대상담센터'가 접수한 아동학대 접수건수는 지난 97년 25건, 98년 66건, 99년 132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올들어 6월까지 접수된 건수는 39건이지만 하반기 학교별 아동학대 실태점검을 벌이면 아동학대 사례는 크게 늘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시 산하 아동청소년상담실의 학대아동 상담건수도 지난 97년부터 99년까지 1천7건, 1천461건, 1천520건으로 매년 증가추세다.

보건복지부가 전국을 대상으로 집계한 아동학대 신고현황도 97년 807건, 98년 1천238건, 99년 2천155건으로 매년 크게 늘고 있다.

▨학대유형과 가해자

한국이웃사랑회가 지난 97년부터 최근까지 아동학대 가해자를 분석한 결과 부모가 전체의 65%(부 41%, 모 24%)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고 이웃주민, 조부모, 교사, 친척순으로 아동을 학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정내 아동학대의 경우 아내를 폭행하는 남편이 주로 자녀들까지 학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학대유형으로는 신체적 학대가 전체의 35.9%를 나타냈고 밥을 주지않는 등 아동을 돌보지 않고 방임하는 경우가 32.4%,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을 유발시킨 정신적 학대가 24%였으며 성적인 학대도 7.7%에 달했다.

신체적으로 학대하는 경우 멍이 들 정도가 46%, 몸과 얼굴이 부을 정도 26%, 찔리거나 찢긴 상처 11%, 골절 3%, 화상 2%이고 심지어 불구가 된 경우도 1%(10명)에 달하는 등 학대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단체와 정부의 대응

대구지역의 경우 아동학대를 상담하는 민간단체로는 한국이웃사랑회 대구지부 '대구아동학대상담센터'(427-5147)를 비롯해 한국복지재단 대구지부(964-3334), 청소년쉼터 에덴동산 부설 '성폭력 가정폭력상담소'(256-0696) 등이 있다.

이들 민간단체는 어린이집 교사나 대학생 자원봉사자를 '어린이지킴이'로 선정해 주변 아동학대실태를 감시, 고발하고 있다. 또 상담원, 의사, 교수 등을 중심으로 '아동학대예방협회'를 구성해 학대받는 아동들에 대해 심리치료나 미술치료 등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예산부족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전문상담실, 치료센터 등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일부 교실이나 병원을 빌려 상담 및 치료를 하고 있으며 별다른 권한도 없어 학대아동의 부모나 가해자에 대한 격리나 상담치료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아동학대상담센터'는 개정 아동복지법이 시행되는 오는 13일 대구시내에서 '아동학대 사진전시회'를 갖는 한편 '학대없는 세상만들기 서명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민간단체들은 △기초단체별 1개씩의 아동보호전문기관 설치 △아동학대 상담원의 권한강화 △아동학대상담소와 경찰의 공조체계마련 △아동학대 묵인자에 대한 형사처벌 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 신고접수를 위한 '긴급전화 설치', 아동학대예방을 전담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설치 등을 골자로한 개정 아동복지법을 마련해놓고도 법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법시행 10여일을 앞두고도 아동보호법과 관련한 후속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보건복지부의 예산확보가 제대로 안돼 아동보호전문기관 설치 및 운영을 모두 민간단체에 맡기는 대신 전화설치비, 활동비 등만 일부 지원할 것으로 알려져 법시행이 파행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金炳九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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