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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지식도 사회환경에 좌우된다

19세기 갈과 슈푸르츠하임에 의해 창시된 골상학의 골자는 두개골의 형태가 사람들의 능력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주장이 제기되자 영국 에든버러대학 해부학 교수들은 크게 반발, 심각한 갈등이 빚어졌다. 한 세기가 지난 후 논쟁의 당사자들이 속해있던 대학의 셰이핀박사는 당시의 논쟁이 단지 학문적 이견때문에 빚어졌던 것만은 아니며 이면에는 사회개혁과 신분상승을 꾀하던 부르주아계급과 지배계급의 첨예한 사회적 대립이 더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사회학의 분파인 지식사회학의 논제중 가장 큰 논란중 하나는 '과학지식이 사회환경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에 대한 학문적 계보는 가장 오래된 과학철학으로부터 시작된다. 과학철학은 사회, 문화,정치 등의 외적 요인과는 관계없이 과학의 합리성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해서, 왜 과학이 외부세계에 대한 진리를 나타낼 수 있는가 하는데 초점이 모아졌다. 이어 과학 이론과 사회문화적 환경과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고개를 들었으나 이것은 과학에 대한 일종의 역사기술일 뿐이었다.

20세기 들어 연구가 진전돼 구조기능주의적 시각에서 과학의 제도화와 발전을 설명한 과학사회학이 탄생했고 20세기 중반에는 전통적인 지식사회학이 과학지식을 연구대상에서 제외시켰던 것을 비판하고 과학지식 자체도 사회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스트롱 프로그램'이 탄생하게 된다. 골상학의 논쟁에 대한 셰이핀박사의 주장은 스트롱 프로그램에 의한 것이며 셰이핀을 비롯한 데이비드 블루어, 반스, 매켄지 등은 과학이 세속에서 부대껴왔다는 입장의 에든버러 학파로 분류되고 있다.

블루어의 저작 '지식과 사회의 상'(김경만 옮김, 한길사 펴냄, 372쪽, 1만8천원)은 과학지식의 사회적 성격을 분석한 최초의 책 중 하나이다. 스트롱 프로그램의 창안자인 블루어는 이 책에서 과학의 논쟁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 분석, 구체적 사례의 예증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소개하고 있다. 또 자신에 대한 비판 의견도 소개하고 그에 대한 반박도 함께 다룬다. -金知奭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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