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폐파업이 한창이던 지난달 대구의 어느 중규모 병원 원무과장이 기자에게 속내를 털어 놨다. "하루하루 벌어 운영하는 중소병원이 일주일 문을 닫으니 직원 월급도 주지 못할 상황입니다. 문을 열고 진료를 하자니 평소 환자를 보내 준 동네의원에 찍힐 것 같고, 환자를 받지 않자니 진짜 폐업해야 할 형편이고…"
IMF 한파도 견뎌냈던 지역 중소 병원들. 그러나 의약분업 시대가 닥치자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위기감에 빠져 있다. 1차 진료기관인 동네의원과 3차 대학병원 사이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자칫 운영이 어려움에 빠질 수 있기 때문.
그래서 중소병원들이 생존을 위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전문화와 특성화가 그 탈출구. 특정 분야만큼은 대학병원 못잖은 의료수준을 갖춰 환자들을 유치하자는 전략이다.
대구 파티마병원. 이미 산부인과 분야에서 이름 난 이 병원은 내년 3월 병원 특성화의 일환으로 암센터를 개설한다. 위장관암·폐암·혈액암 등 6개 클리닉 단위로 운영될 암센터는 각 임상과별 협진으로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치료를 실시하고, 암 등록 사업을 실시해 환자를 추적 관리키로 했다. 서울 가톨릭 암센터 및 골수이식센터와 연계해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대구 곽병원. 37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이지만 최근 소화기 전문병원으로 활로를 모색키로 했다. 지난 5월 지상 10층 규모의 소화기 전문진료 병동을 완공한데 이어, 일일 수술실도 개설했다. 내과와 외과를 연계해 소화기 분야에서 만큼은 지역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반면 구병원(대구 감삼동)은 외과 전문병원을 표방했다. 지난해 10월 치질 수술에서만 1만례를 돌파하면서 외과분야에서 인정을 받았다. IMF를 거치면서 성형외과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등은 없앴다. 앞으로 신경외과와 정형외과를 강화해 수술 전문병원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대구 여성 차병원(대명동)은 불임 전문병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달 15일에는 불임센터를 열었다. 의료진도 대폭 보강했다. 미성숙난자 채취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한세열 교수,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김재명 박사, 복강경 시술의 권위자인 김인현 서울차병원 산부인과 전 진료부장 등.
李鍾均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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