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가 16년만에 개정해 발표한 새 로마자 표기법은 정보화 시대에 걸맞고, 우리말 발음에 근접한 국어 표기법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984년 고시된 현행 로마자 표기법은 반달표.어깻점 등 특수부호를 씀으로써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고 컴퓨터 표기도 불가능했으며, 유성음과 무성음을 구별해 표기에 혼란을 부르기도 했다.
이에 비해 새 표기법은 컴퓨터와 인터넷 시대에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특수부호를 없애고, 우리말의 특성을 살려 발음 위주로 옮길 수 있는 표기 원칙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우선 ㄱ ㄷ ㅂ ㅈ에 대해 그간 위치에 따라 유.무성음을 밝혀 적었던 것을 위치에 관계없이 모두 초성 자음의 유성음 표기 방식을 채택, g d b j로 쓰게 돼 우리 정서에 맞게 바뀌었다. 골칫거리였던 ㅓ와 ㅡ도 eo와 eu로 표기함으로써 반달표가 사라지고, sh와 s로 나눠 적던 ㅅ을 s로 통일, 표기방식을 단순화하고 표음법을 적용해 한층 편리해졌다.
그러나 새 표기법에도 문제점이 적지 않으며, 개악된 부분마저 없지 않다. 그동안 써온 인명과 회사.단체명 등은 그대로 쓰기로 하고 인명의 성씨 부분은 추후 표기방식을 별도로 정하기로 했지만, 혼란을 부를 소지는 여전하다. ㄱ을 g로 통일할 경우 ㄱ과 ㅈ의 발음의 혼동을 부를 수 있고, eo와 eu의 발음에도 문제가 따르리라고 본다.
외국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하는 로마자 표기법이 1948년 이래 무려 다섯 차례나 바뀐 점도 비판을 비켜서기 어렵다. 지도.도로표지판은 물론 문화재 안내판, 교과서를 비롯한 각종 서적, 회사면과 제품명, 인터넷 도메인 등이 바뀌는 데 따르는 행정력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적.경제적 부담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우리말의 로마자 표기를 보고 발음했을 때 우리나라 원음과 똑같기를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한 일이다. 영어식으로 발음했을 때 원음과 동떨어진다는 점만을 강조하는 것도 부당하다. 우리는 우리의 원칙에 따라 표기법을 확정하면 된다.
이렇게 본다면 현행 표기법을 개정해야 할 절실한 이유가 과연 어디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개정 표기법도 제 편한대로 써온 종래와는 달리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는지에 대해서도 아직은 미지수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으로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보완책이 따라야겠고, 반드시 이를 지켜 외국인들도 이에 익숙하도록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또한 통일을 대비한 남북한 표준 표기법 마련도 장기과제로 남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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