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가 견인 투신에 달렸다

"투신이 주식시장을 상승세로 이끄는 '견인차'가 될 수 있을까"

보유주식을 마구 팔아치워 투자자들로부터 '미운 오리'로 지목받았던 투신사들이 다시 주식시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돈의 힘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투신이 유동성 장세의 선봉에 설 것이란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를 대표하는 투신은 외국인과 함께 증시의 양대축으로 일컬어진다. 투신의 움직임에 따라 주식시장이 출렁대는 실정. 신영증권은 최근 투신권의 매매비중이 높을 때 종합주가지수가 상승했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96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투신권의 월평균 매매비중과 해당 월말 종합주가지수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투신권의 매매비중이 높을 때는 종합주가지수도 오름세를 보였다는 것.

96년 1~4월 투신권 월별 매매비중이 9.0~10.7%일 때는 종합주가지수는 850~980선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같은해 12월 투신권 매매비중이 7.5%로 떨어지자 지수는 651.22로 하락했다. 98년 6월에는 투신권 매매비중이 3.3%까지 축소되자 지수는 310.16을 기록했다. 99년 6월 매매비중이 10.7%로 높아지자 지수는 883.00으로 상승했다. 같은해 12월 투신권 매매비중이 11.3%로 최고에 이르자 지수는 1010.41을 기록했다. 올들어선 투신권 매매비중이 낮아지면서 지수도 하락, 지난달에는 8.9%의 매매비중을 보였고 지수는 731.88을 나타냈다.

증시를 좌지우지하는 투신이 다시 주식을 대규모 순매수할지 여부는 '체력을 얼마나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시말해 고객들에게 돈을 돌려줘야 하는 환매부담은 줄고 주식을 살 수 있는 자금은 꾸준히 유입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최근 투신으로 시중 '뭉칫 돈'이 몰려 증시에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가 투신권의 자금유치를 위해 허용한 비과세상품이 지난달 중순부터 예약판매에 들어가 지난 1일까지 예약액이 6천억원을 넘었다. 비과세펀드와 사모펀드가 발매됨에 따라 투신권의 수신여건이 급속도로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 맞은 셈. 투신사들은 신상품에 최소한 5조원 이상의 시중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신권의 수신증가는 금리안정으로 이어지고 증시로의 자금유입을 촉진할 것이란 전망이다.

투신사의 수탁고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 순유입으로 돌아선 것도 주목할만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투신사의 수탁고가 이달 들어 1, 3일 이틀동안 4조원이 증가했다. 투신 수탁고는 지난달 말 140조 3천억원에서 1일 142조 4천억원, 3일 144조3천억원으로 늘어났다. 투신 수탁고가 증가한 것은 대우채 부분 환매가 시작된 지난해 8월 16일 이후 처음. 수탁고 증가는 앞서 든 비과세 신탁상품 예약금이 는 것과 함께 채권전용펀드 10조원 중 일부가 1일부터 투신 수탁고에 잡히고 있기 때문. 투신 수탁고는 지난해 8월 244조4천억원을 기록한 뒤 대우채 부분 환매 시작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투신사 펀드매니저의 주가조작사건으로 인한 투신의 신뢰상실, 주식형 상품으로의 자금유입 부진 등을 들어 투신이 당분간 증시에서 매수세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투자자들은 투신이 대규모 매수에 나설 경우 어떤 종목을 살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유동성 장세에서 투신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시장 수익률을 따라잡기 위해 은행 및 증권주를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투신권으로 자금이 몰려 수급여건이 호전될 경우 삼성전자, 한국통신 등 핵심블루칩이 장세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빠른 순환매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도 있어 옐로칩이나 자산주 등도 투신의 매수대상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李大現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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