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닷컴기업 전국(戰國)시대는 막을 내리는가? 세계적 닷컴기업들의 부도에 이어 드디어는 기업 이름에서 조차 '닷컴'이라는 말을 빼 버리는 경우까지 일반화되고 있다. 그 말 자체만으로도 '거품' '부실'이 연상되기 때문이라는 것.
최근의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의 신생 온라인 기업들 사이에선 회사 이름에서 닷컴(.com)이나 e.i 등 인터넷을 연상시키는 글자를 삭제하거나 종전 스타일의 이름으로 개명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3일자 유에스에이 투데이 신문에 따르면 요즘 인터넷 창업사들은 '거품'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닷컴 등의 글자를 넣기보다는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로 회사를 평가해 주길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불과 몇년 전만 해도 장래가 촉망되는 회사로 보이기 위해 회사명에 닷컴이나 i(인터넷) 및 e(전자) 등 글자 붙이는 것이 유행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회사의 이미지나 발전상을 축소시키는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
닷컴기업 사양화로 지난 4월 이후 영국에선 도메인 등록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도메인 이름 등록업체인 Nominet.uk에 등록된 새 도메인 이름의 숫자는 지난 3월 24만5천967개에서 4월에는 19만907개로, 5월에는 15만1천248개로 격감했다. 이런 현상에는 닷유케이(.uk)로 끝나는 도메인 이름 보다는 닷컴(.com)으로 끝나는 이름이 더 국제적인 멋이 난다는 것도 한 원인으로 제시됐다. 법률법인들은 닷유케이로 끝나는 도메인 이름을 닷컴으로 변경하려는 고객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닷컴 퇴화 현상은 지난 3월 파동 이후의 닷컴기업 연쇄 부도(본지 5월30일자)와 최근의 무더기 감원 바람에 뒤이어 나타난 것. 불과 일년 전의 닷컴 태풍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외신들에 의하면 미국에선 작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닷컴기업 직원 5천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59개 기업이 5천398명을 해고 한 것. 천문학적 스톡 옵션을 주고 전문가 모시기 경쟁에 나섰던 기업들이 이제는 이들에게 해고장을 보내는 웃지 못할 상황으로 돌변했다.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 '알타비스타'(AltaVista) 경우, 작년에만 수백만 달러를 광고비로 쏟아 부었으나 지난 몇달 동안엔 직원 800명 중 50명을 감원했다. 야후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업체로 부상하겠다는 당찬 계획이 실패했음을 진작에 자인했다.
도산 기업들의 이름을 열거하면서 다음 도산 기업은 어느 것이 될 것인지 내기를 벌이는 웹사이트까지 생겼다. '닷컴 페일류어스 닷컴'으로 이름 붙여진 이 사이트는 도산 업체, 해고 상황 등은 물론, 인터넷 업체에 속았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의 법정소송 내용까지도 올려놓고 있다.
미국에서 직종분류 회사를 운영 중인 존 챌린저(시카고)는 "인터넷의 제1단계가 막을 내리는 시점에 도달했다. 이제는 직접적 생산이 없는 기업들을 도태시키는 이른바 디지털 혁명이라는 2단계로 접어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인터내셔널 데이터사의 분석가 윌리엄슨은 "자격미달 업체를 솎아내는 작업이 닷컴 업계에서 진행 중인 것이 분명하다"면서, "석유.제약.통신 등 부문에서 일어났던 것과 같은 합병이 인터넷 업계에서도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신종합=朴鍾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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