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은 새로운 천년과 창간 54주년을 맞이하여 20세기의 대구·경북 시도민의 가치관과 의식을 재조명하는 한편 21세기 대구·경북의 방향성을 정립하고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대구·경북 시도민의 기질과 특성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특히 올해는 한국전쟁 50주년, 광복 55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고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돼 대북의식에 변화의 기미마저 엿보이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번 매일신문의 조사 결과는 지역사회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진단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조사방법
이번 조사는 대구시의 8개 구·군과 울릉도를 제외한 경북의 22개 시·군 지역 거주자 중 만 20세 이상의 남녀 80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개별면접을 통해 이뤄졌다.
이들 802명 가운데 남자는 383명이고 여자는 419명이었고 대구 373명, 경북 429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같은 차이는 통계청의 인구통계 자료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이번 조사는 회수된 응답지 15%에 대하여 검증원을 통한 전화 검증을 다시 거쳤다. 신뢰수준은 95%이고 표본오차는 ±3.5%다.
▨기질과 가치관
▲미덕=의리(22.7%)와 애향심(21.9%)을 가장 자랑할 만한 지역의 미덕으로 꼽았다. 그 다음으로 단결력과 근면성, 상부상조 정신, 책임감, 진취성 등의 순서였다. 지난 96년과 비교할 때 의리는 29.6%에서 7% 정도 하락했다.
▲자긍심=매우 높다(11.2%)와 높다(32.2%)가 43.4%로 낮다와 매우 낮다는 부정적인 응답의 5.8%를 압도했다. 보통이라는 답변은 50.4%였다. 긍정적인 평가는 96년보다 3.2% 낮은 수치다.
▲정주성=다른 시·도로의 이사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64.0%로 이사할 의향이 있는 경우의 32.9%보다 높았다. 그러나 20대의 절반(50.2%)이 이사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답했다.
▲기질=보수적이고 배타적(70.4%)이며 정이 많고 인심이 후하다(64.9%)라는 응답이 많았고 그 다음으로 신의와 정의감이 강하다(59.2%), 순진하고 투박하다(56.2%), 생활력이 강하다(56.0%)는 순이었다.
▲성격=결정된 사항은 적극적으로 밀고 나간다(76.3%)는 응답이 가장 높았고 나 자신에 대한 자긍심이 누구보다 높다가 56.3%, 생각보다 행동으로 할 때가 많다는 46.4%였다.
▨일상생활과 관심사
▲취미활동=여행에 대한 선호도가 26.7%로 가장 높았고 취미가 없다는 응답도 24.8%나 됐다. 다음으로 스포츠(23.4%), 오락·레저(15.7%), 독서·문학(14.6%)의 순이었고 인터넷과 검퓨터도 13.5%로 주요한 취미활동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봉사·사회단체 활동은 8.5%로 낮은 수준이었다.
▲일상에서의 주요 관심사=자신과 가족의 건강이 96년보다 16% 이상 감소했지만 41.3%로 여전히 수위를 차지했다. 자녀교육은 24.3%, 사업과 직장관계가 23.3%였다. 노후문제도 18.3%로 96년보다 2.6%가 상승, 가정경제를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선호하는 직업=IMF사태의 영향인지 안정성을 최고의 조건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일반공무원(21.4%)과 교육자(13.5%)가 1,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일반공무원은 지난 96년(5.9%)보다 무려 4배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반면 의료인은 96년 4.4%에서 3.7%로 감소했고 상업과 사업부문은 15.2%에서 7.5%로 절반 이상 줄었다.▲가장 좋아하는 역사적 인물=박정희 전 대통령이 18.5%로 세종대왕(12.1%)과 이순신 장군(11.7%)을 큰 차이로 앞섰고 김구 선생이 9.1%에서 4.6%로 크게 줄어든 반면 TV드라마의 영향으로 허준이 6.9%로 4위를 차지했다.
▨정치관
▲정치에 대한 관심도=높다(23.2%)보다 낮거나 관심없다가 32.8%로 훨씬 높았다. 특히 그저 그렇다는 응답이 43.8%로 나타나 무관심과 불신감의 정도가 심각함을 나타냈다.
▲정당지지도=지지 정당 없음이 50.4%로 압도적이었다. 기성 정당 가운데는 한나라당이 34.0%였고 민주당은 10.7%였다. 총선 이후 지역에서 근거를 잃어버린 자민련과 민국당은 1.7%와 1.4%에 그쳤다. 대구에서 여야 정당은 모두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고 경북에서는 한나라당이 급격히 하락한 반면 민주당은 완만한 상승세였다.
▲정치발전을 위한 선결과제=정치권의 반성과 개혁(46.1%)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경제안정과 성장, 국민의식의 개혁도 각각 17.2%, 17.1%로 높게 나타났고 지역주의 극복은 10.6%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보통이라는 답변이 46.9%로 가장 높았고 잘하는 편(32.8%), 잘못하는 편(12.7%), 아주 잘하는 편(4.0%), 아주 못하는 편(3.0%)의 순이었다. 긍정적인 평가(36.8%)가 부정적인 평가(15.7%)보다 21.1%가 높았다. 그러나 김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8.6% 상승했으나 민주당 지지도는 큰 변화가 없어 정상회담이 김 대통령 개인의 성과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통일관
▲남북정상회담이 통일에 기여할 정도=어느 정도 기여할 것이라는 응답이 55.1%, 매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답변도 22.2%나 돼 77.3%의 응답자가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반면 별로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거나 전혀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은 8.9%에 불과했다.
▲통일가능 시기=5년 이내가 17.0%, 6~10년 사이가 33.9%로 50.9%가 10년 이내 통일을 전망했다. 이는 96년의 37.5%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11~20년 사이나 20년 이상은 96년과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불가능 답변은 22.55%에서 8.6%로 크게 줄었다.
▲통일의 전제조건=남북한 상호 신뢰회복이 37.4%로 가장 높아 96년보다 8.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질성 회복, 경제협력은 16.3%와 16.1%였다. 이산가족 교류도 14.0%였다. 반면 이념의 극복은 12.5%였으나 96년의 19.1%에서 6.6%나 줄어든 수치다.
▨경제관
▲지역의 경제사정과 체감경로=긍정적인 답변 수치는 96년과 변화가 없었으나 보통이다는 응답이 14.9%가 상승한 43.6%였고 나쁘다거나 매우 나쁘다는 응답은 34.4%와 10.2%로 96년보다 약간 낮아진 편이었다. 경기의 체감경로로는 소비자물가를 37.2%로 첫 손 꼽았고 언론보도라는 응답도 14.6%였다.
▲향후 지역경제 전망=서서히 좋아질 것이라은 응답이 43.0%였고 그저 그렇다는 답변은 42.3%였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별로 나아질 것이 없다는 체념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분석된다.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12.4%였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사항=우수기업의 지방유치(18.3%)와 지역에 대한 투자환경 개선(18.2%)이 우선시 됐다. 중앙정부의 지원(15.2%)과 지역기업의 적극적 투자(14.1%)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결과제=기술개발이 29.1%로 가장 높았고 중소기업의 육성이 15.2%, 기업인의 자질향상이 11.6%, 전문인력의 양성이 10.2%,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9.2%로 나타났다.
▲중점 육성 산업=섬유, 첨단·반도체가 각각 29.7%와 27.4%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이 관광산업(12.8%), 서비스 산업(10.7%)의 순이었다. 자동차 산업도 5.1%를 차지했으나 중화학공업과 기계부품, 우주항공산업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사회·문화관
▲전통적인 관습에 대한 태도=지켜야 한다(16.8%)와 수정을 거쳐 지켜나가는 것이 옳다(55.6%)라는 응답이 72.4%였으나 연연할 필요가 없다(17.7%)거나 대부분 버려야 한다(8.2%)는 부정적인 답변도 25.9%나 됐다. 96년에 비교하면 지켜야 한다는 응답은 감소한 반면 부정적인 견해는 증가세를 보였다.
▲자식의 부모부양에 관한 태도=49.6%가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답했으며 부모님의 건강만 좋다면 따로 사는 것이 더 좋다는 답도 43.3%였다. 효라는 측면의 당위성과 시대적 현실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분석됐다. 시설만 좋다면 양로원에 모셔도 좋다는 4.4%로 낮았다.
▲이웃과의 친분정도=서로 잘 알고 지낸다와 인사하는 정도라는 답이 각각 34.0%, 31.7%로 조사됐다. 얼굴만 알며 마주치면 아는 체하는 정도는 27.6%였고 관심이 없다는 응답은 6.6%에 지나지 않았다.
▲남아선호사상=아무나 좋다는 응답이 55.9%로 절반을 넘었으며 아들과 딸의 선호도는 각각 30.7%와 11.0%로 여전히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식을 원하지 않는다는 1.9%였다.
▲남녀평등에 관한 견해=남녀에게 맞는 역할이 있다가 59.1%로 가장 높았으며 모든 기회와 의무를 똑같이 배분해야 한다는 답은 28.7%, 성별과 관계된 구분과 제약이 없어져야 한다는 10.0%였다.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선결과제=시민의 관심과 참여확대, 문화공간의 확대·투자가 각각 37.5%와 26.1%였으며 지역예술인의 지원 육성이 13.8%, 지역문화에 대한 자긍심 확대도 13.1%였다.
▲지역사회의 문제점=과소비 풍조가 38.5%로 가장 많은 응답을 보였으며 환경오염과 지역이기주의가 17.3%와 11.1%를 차지했다. 그밖에 학원폭력·청소년문제와 전통가족제도 붕괴가 10.7%, 9.7%였다.
▨주거환경
▲주거환경에 대한 만족도=그저 그렇다가 전체의 45.6%였고 만족한다와 매우 만족한다는 답은 28.8%와 7.9%로 조사됐다. 이에 반해 불만족과 매우 불만족한다는 13.5%와 3.6%였다.
▲향후 살고 싶은 주택형태=전원주택 선호도가 37.7%였으며 다음으로 단독주택과 아파트가 28.8%과 23.6%였고 빌라·연립과 상가주택이 6.2%와 3.0%로 그 뒤를 이었다.
▨정보행동
▲선호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음악(23.4%), 뉴스.일기예보(18.7%), 쇼·오락(18.2%)이 주류를 이뤘다. 96년과 비교하면 쇼·오락(6.7%), 드라마(3.1%), 뉴스·일기예보(2.1%), 시사·정치(1.0%), 스포츠(2.4%) 등은 상승한 반면, 여성(2.2%), 음악(12.2%) 등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호하는 TV 프로그램=뉴스·일기예보(28.8%), 드라마(28.2%), 쇼·오락(11.0%), 스포츠(7.1%)에 집중됐고 다큐멘터리, 영화, 시사정치, 경제, 문화의 비중은 낮았다. 여성, 종교, 교육프로그램은 1% 미만의 수준이었다.
▲새로운 정보의 인지경로=TV·라디오(53.6%)가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신문/잡지(27.6%), 인터넷(12.3%), 전문서적(2.5%), 강좌/세미나(0.7%) 순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은 큰 폭으로 상승(9.5%)했으며 20대 남자 학생층에서 비교적 높게 조사됐다.
▨현안문제 및 미래상
▲지역현안문제=주민 복지시설확충(20.1%)과 쓰레기 문제해결(18.2%)과 교통문제 해결(18.2%), 산업구조 개선(16.2%), 환경오염 개선(15.6%), 지하철 조기완공(14.3%) 등의 순이었다. 교통문제는 96년과 비교할 때 29.5% 감소한 수치다.
▲지역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선결과제=주민의 적극적인 참여(28.9%)와 주민들의 의식전환(21.9%)이 50% 이상을 차지, 주민들이 문제 해결의 주체라는 인식을 보였다. 충분한 지방재정확보(13.5%), 중앙정부의 지원(10.3%), 유능한 인재 배출(10.1%)라는 응답도 있었다.
▲가장 심각한 교통문제=차량의 급증과 턱없이 모자라는 주차시설을 반영, 주차시설 부족(30.3%)이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교통체증(16.5%)과 기초 질서 의식 부재(16.5%), 잦은 도로공사(14.5%)의 순으로 나타났다. 96년과 비교하면 주차시설부족이 급증세(12.0%)를 보였다.
▲지역발전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지역경제회생(37.0%), 지역이기주의 타파(21.8%),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유도(18.1%), 중앙정부와 원만한 관계유지(9.2%)순으로 조사됐다. 경제회생에 대한 높은 응답률은 경제회생에 대한 지자체의 기여도가 적었음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구·경북의 바람직한 도시상=첨단산업도시(24.3%), 문화도시(22.3%), 경제금융도시(13.3%), 환경도시(10.5%) 등의 순이었다. 교육도시(6.9%), 무역·유통도시(3.5%), 관광도시(3.4%), 주거중심도시(3.2%)라는 응답은 적었다.
李東寬기자 llddkk@imaeil.com
李宰協기자 i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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