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런 교육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진다. 함께 하는 교육 실현을 위한 '학습봉사단'.
지난 4월말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과외가 사실상 무제한으로 허용되면서 가뜩이나 위기에 몰린 학교교육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학생들의 사설학원 수강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과외까지 허용되자 학생들 사이에는 '사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까지 불거지는 실정이다.
'학습봉사단'은 이같은 현실 위에서 출발한다. 모든 국민이 함께 누려야 할 교육기회의 평등을 제공하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모으자는 것이다.
▨어떻게 시작됐나
과외 허용 이후 모든 교육계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던 지난 5월. 각급 학교에서는 과외 바람이 조금씩 일기 시작했다. 공교육의 위기를 우려하는 교사들의 고민도 점점 커졌다. 몇 사람만 모이면 대책에 대한 논의가 일어났고 정부에서 추진하는 방안의 실효성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그러던 중 일부 퇴직 교사들을 중심으로 '학습봉사'에 대한 제안이 나왔다. 공교육이 다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공교육에 평생을 바친 퇴직 교사들이 나서 보자는 뜻이었다. 팔짱만 끼고 지켜보기엔 지금의 현실이 너무나 답답해보인 것이다.
이들의 뜻은 최근 몇 년 사이 수도권에서부터 시작된 '교실 붕괴'가 점차 지방으로까지 번지는 것을 우려, 범시민적인 '학교 바로세우기 운동'을 계획하고 있던 매일신문사에 전해졌고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하나가 됐다.
5월말부터 시작된 논의는 한달여에 걸쳐 틀을 갖추어갔다. 전·현직 교사 수십명이 논의에 참가했고 대구시 교육청을 비롯해 전교조 대구지부, 학부모단체, 시민단체 등에도 뜻이 전해지면서 과외 허용과 교실 붕괴에 대한 지역 단위 대책의 시범적인 형태로 지지를 넓혀갔다.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자 6월말부터는 대상 학생과 모집방법, 참가 교사와 교과운영방법, 장소와 시간 등 구체적인 실무로 옮겨졌고 7월 들어 본격적인 출범과 운영 준비가 시작됐다.
▨어떻게 운영되나
'학습봉사단'의 근본취지는 교육기회의 평등이다. 대구지역 고교들이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한 과목 이상 학원 수강을 하는 학생은 전체의 60~70%선. 이 가운데 상당수가 비자발적인 학원 수강을 하고 있다고 본다면 절반 정도는 가정형편이나 개인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사교육의 영향권 밖에 있다는 뜻이다.
'학습봉사단'은 이들에게 사교육의 혜택을 받고 있는 학생들 이상의 도움을 주는데 첫 목표를 두고 있다. 공교육이 메워주지 못하는 교육 공백을 최소화시키자는 것이다. 따라서 참가하는 모든 학생은 무료로 강의를 받게 되고 교재도 제공받는다.
출발주체는 퇴직교원들이다. 갑작스런 교원 정년 단축과 공무원 연금법 개정 움직임 등으로 인해 내몰리듯 교단을 떠났지만 학교교육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하는 선생님들이다.
학습봉사단 1차 운영은 여름방학인 다음달 1일부터 출발할 예정이다. 8월 넷째주까지 4주에 걸쳐 매주 화, 수, 목 3일 동안 오후3시부터 6시까지 하루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된다. 대상은 고교 1, 2학년이며 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등 3개.
1차 참가교사는 많은 자문과 협의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명강사'로 구성됐다. 영어는 정경수 박재옥, 수학 서명섭 안순종, 국어 박복현 김유학 선생님이 맡는다. 교재는 현재 참가교사들이 공동으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장소는 대구시 남구 대명동 대구교육정보센터(구 남도여중) 내 교과교육 연구실이다. 1차 운영은 학급당 40명씩 3개 학급으로 수준에 맞춰 심화반과 발전반으로 나눠진다.
'학습봉사단'은 1차 운영을 지켜보면서 2차에는 대대적인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중학교 과정을 포함시키는 한편 참여교사 수를 대폭 늘여 대구 시내 몇 개 지역에서 동시에 이같은 수업이 진행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참가하나
1차 학습봉사 대상은 고교 1, 2학년이다. 참가를 희망하는 학생은 7월 13일부터 19일까지 학교에 신청하면 된다. 신청서는 조만간 제작, 각 고교로 배포할 예정이다. 참가에 특별한 자격은 없지만 1차 참가 숫자가 많지 않은 점을 고려, 일단 학교장의 심사를 거쳐 추천을 받는 형태로 운영된다. 1차 학습봉사에 참가하지 못한 학생들은 접수순서에 따라 2차 학습봉사에 편성할 예정이다.
교사로 참여할 사람들에 대해서도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이미 1차 학습봉사에 참가하지 못한 퇴직교원들의 문의가 적지 않게 들어오고 있는 상황. 2차 학습봉사에서는 규모가 확대될 예정이므로 뜻있는 교육계 관계자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도록 최대한 문호를 열어놓고 있다. (자세한 문의는 매일신문사 사회2부 053-251-1732)-金在璥기자 kjk@imaeil.com
---학습봉사단장 박희무 전대구여고 교장
'학습봉사단' 참가교사들이 논의한 결과 단장으로 박희무(64) 전 대구여고 교장이 추대됐다. 박 교장은 경북고, 대구고, 달성고 등에서 20년간 수학교사로 교단에 선 뒤 대구시 교육청 장학사와 장학관을 거쳤으며 대구여고 교장으로 재직하다 지난해 8월 퇴직하기까지 만 40년을 교직에 몸담았다. 대구 교육계에서는 누구나 인정하는 실력파인데다 입시지도에도 전문가. 특히 일에 대한 부지런함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처음 '학습봉사단'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는 "참 좋은 사업이지만 우리 같은 사람이 뭐…"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참가할 의향을 묻자 기다렸다는 듯 "평소 참으로 하고 싶은 일이었다"며 흔쾌히 동의했다.
퇴직교사들이 청소년 선도, 교외생활 지도 등에 나서는 '대구교원자원봉사단'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는 박 단장은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던 중이었는데 학습봉사단은 그에 걸맞은 것 같다"고 덧붙여 설명했다.그러면서도 "봉사는 밖으로 표시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인터뷰 요청을 뿌리치며 "앞으로 학습봉사단의 운영과정과 성과를 보고 자연스레 주위에서 평가할 것이고 여기에 따라 활동해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학습봉사단'이 만들어지기까지 실무는 정경수(61) 대구고 교사가 맡았다. 지난 2월 퇴직한 후 지금도 대구고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그는 1차 학습봉사단 운영방법 계획과 교원 선정, 장기적인 운영방안 등 전반적인 실무를 앞장서 맡고 마무리하는 열정을 보였다. 그는 "봉사는 받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이 더 기분 좋은 일"이라면서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남은 힘을 모두 바치겠다"고 말했다.-金在璥기자
---대입제도변화와 대비전략 특강
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한번쯤 "우리 아이가 이렇게 공부를 안해도 대학에 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해 보았을 것이다. 대입제도가 바뀌는 현재 고교 2학년생들의 경우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특기·적성 또는 무시험 전형 등의 표현에 매달려 놀아온 것이 사실.
고교 1학년생들도 비숫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수도권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현재 고3 수험생 못지않게 입시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지방학생들의 경우 그만큼 새 대입제도에 대한 정보 부족과 전략 부재로 공부에 소홀하다는 게 지역 고교 교사들의 한결같은 지적.
이에 따라 매일신문사는 '학습봉사단' 운영에 맞춰 '대입제도 변화와 대비전략'에 대해 공개특강을 마련한다. 지역 교육계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서 풍부한 정보와 실제 사례, 예상되는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다. 특강은 학습봉사단이 진행되는 매주 목요일 오후 6시부터 대구교육정보센터(구 남도여중) 합동강의실에서 열리며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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