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 전당대회 위상 낮추기

권노갑 고문의 경선불출마 선언 이후 민주당이 8월 전당대회의 위상과 의미를 크게 약화시키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7일 "이번 전당대회는 당권, 대권과 관계없다"고 밝힘에 따라 예견돼 온 일이기는 하지만 전당대회를 당내행사로 축소시키려는 방침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지명직 최고위원 증원과 대표 최고위원을 지명직 최고위원 중에서 임명할 수 있도록 당헌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이 공식화되면서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여권 지도부의 시각이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지명직 최고위원의 증원은 이번 전대에서 선출될 최고위원의 위상약화를 염두에 둔 것이다. 김옥두 사무총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명직 최고위원 수의 증원방침을 밝혔다. 김 총장은 "한나라당 부총재는 총12명에 지명직이 5명인데 비해 민주당의 지명직 최고위원을 3명 이내로 두도록 한 것은 너무 적지 않느냐는 생각"이라며 지명직 최고위원 증원방침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민주당의 당헌에는 선출직 7인, 지명직 3인 이하로 돼있지만 이를 고쳐 지명직을 2, 3명 늘리겠다는 것이다.

또 차기 대표도 지명직 최고위원 중에서 임명할 수 있도록 당헌을 고치기로 했다.이에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자유경선을 통해 당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당초 취지는 상당부분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경선출마의사를 갖고 있는 상당수의 당내 중진들은 여권핵심부의 뜻이 분명히 드러난 뒤 출마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한 발 뒤로 물러서고 있다.

이인제 상임고문측은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출마여부를 다시 신중하게 고려하는 듯한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으나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서는 당내위상을 확인할 길이 없다는 점에서 불출마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은 적다.

김중권 전대통령비서실장도 당내외 인사들을 두루 만나면서 입장 정리에 들어갔다여권핵심부가 '김 전실장 같은 영남지역 대표가 경선에 출마하지 않을 경우 전국 정당의 모습을 갖추기 어렵다'며 출마를 강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김 전실장은 경선출마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 전실장은 11일 "당내 행사로 조촐하게 치르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오는 20일부터 시작되는 시.도지부 개편대회는 경선 전초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 총장은 "출마 희망자들의 참석을 허용할지 여부에 대한 원칙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徐明秀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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