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마을 단위 무속신앙의 대상이었던 성황당이 정부 시설이었다면? 고개가 갸우뚱거릴 말이지만 사실이다. 조선 초기 지방 토호들은 자신의 혈통 중에서 입신출세한 이를 성황당의 주신으로 삼아 고을 사람들의 의식 세계를 장악하려 했으나 중앙집권체제가 확립되면서 수령의 관할 아래 놓이게 되었다. 제사의 규모와 의례를 제정하고 수령이 통제하면서 성황제의 제사장도 수령이 겸하게 되었다.
두 권으로 된 '관아 이야기'(안길정 지음,사계절 펴냄)는 조선시대 지방관청인 관아를 통해 당시의 관리와 백성들의 삶, 행정조직, 사회제도 및 생활의식 등을 조명한 책이다. 수령의 정청인 동헌, 국왕의 위패를 모셔 둔 객사, 고을 양반들의 대표자 격인 좌수와 별감이 있는 향청, 아전들의 근무처인 질청, 기생과 노비들의 관노청, 군무를 관장하고 무기를 보관하는 군기청,죄인을 가두는 형옥 등 관아의 이모저모를 살필 수 있다.
관아는 풍수지리에 따라 고을 지역 중 명당에 자리잡게 되며 당시의 신분제도에 따라 시설이 엄격히 구분되는 특징을 지녔다. 고을 양반들이 마을의 대소사에 대한 권한과 함께 세금도 징수하던 향청은 수령의 자문 및 견제기구로 운영되다 임진왜란 이후 양반 계층의 변모에 따라 신·구 양반간 갈등이 빚어지면서 부정적으로 변모하게 된다. 춘향전 등의 고전에서 부정적 이미지로 자주 나타나던 아전들은 대대로 그 지방에 살면서 뿌리를 내린 중인들로 양반사회를 지탱해주는 긍정적 역할을 하였으나 조선 후기 국가 전체의 중심이 흔들리고 지방 수령들의 무능과 착취가 끊이지 않으면서 그들도 함께 손가락질을 받게 되었다. 때로는 그들이 지방 행정의 잘못을 대신 지는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저자는 출판업계에서 역사물 기획을 자주 하다 자신이 관심을 갖던관아에 대해 충실한 자료수집과 조사를 거쳐 직접 이 책을 썼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조선시대의 생활사를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으나 '이야기'라는 제목을 붙인 데 어울리지 않게 책읽는 재미는 떨어진다. 구성, 글솜씨 등 책도 읽는 재미를 갖추어야 많은 이들에게 읽히기 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金知奭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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