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책가방 없는 날. 출근길에 과자와 라면 각각 3천원어치를 사서 아이들과 냄비, 숟가락, 가스렌지를 들고 출발한다. 운주산 너럭바위에 앉아 연극도 하고, 우리들만 아는 연못에 가서 참붕어도 잡고…'
영천시 임고면 수성리 임고초등 수성분교에는 학생이 10명〈사진〉, 선생님이 2명 있다. 가족같은 학교다. 올해는 입학생과 졸업생이 없고 교사도 1명 줄었지만 사랑과 희망이 넘치는 곳이다.
아이들은 교사가 퇴근하는 오후 5시까지 학교에서 보낸다. 집에 가면 아무도 없어 외롭고 심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생님은 아이들을 잠시도 마다 않는다.
6월8일 5학년 임춘래의 일기. '학교 샤워장에서 때를 벗겼다. 때가 너무 많아서 학교 아저씨가 "연탄물이다"하고 말씀하셨다. 씻고 나니 깨끗했다. 빤스는 선생님이 빨았다. 교실로 들어갔다'
배후용(34) 선생님은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my.netian.com/~12bebeto)까지 만들었다. 별로 멋은 없지만 분교의 아기자기한 모습과 IMF에 떠밀려 온 아이들의 가족사가 한눈에 들어와 가슴이 절로 뭉클해진다.
홈페이지 입구부터 찡하다. '이 방 만든 선생님은 아이들을 하늘님이라 부른다…가난한 부모를 만나 가난한 아이들…사랑해 이 촌 아이들아 정말 사랑해. 독립투사 같은 아이들로 성장하기를…'
아이들이 써가는 '전원일기'에 농촌과 우리나라와 아이들의 현실이 그대로 녹아 있다. 7월6일 제목 소풀. '소풀 뜯으러 춘래네 마을로 갔다...잠시 생각에 빠졌다. 커서는 열심히 일해도 시커멓게 타고 돈도 없는 농부가 되지 말고 의사가 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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