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면 여름방학이다. 방학(放學)은 무슨 뜻일까. 한자 뜻 그대로 학업을 놓는다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교과서식으로 풀이하자면, 방학은 학교 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자신에게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고,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기간이다.
여기에 항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교과서 밖, 학교 밖의 다양한 체험을 통해 가고 싶은 학교로, 만나고 싶은 친구들로 생각을 바꾸는 기회"라는 주장이다. 모호해 보이지만 그들이 이번 방학 때 하려는 계획들을 보면 이해가 간다.
▼대구 와룡고 학생 28명은 방학 동안 학교에 모여 적잖은 땀을 흘릴 각오를 하고 있다. 스스로 원해서 중대한 과제를 맡았기 때문이다. 학교 홈페이지 제작.
신설 학교인 탓에 아직 웹서버도 설치되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N세대다. 학교에 홈페이지가 없다는 사실을 오래 참지 못했다. 몇몇 학생이 정보 업무를 맡고 있는 있는 이학원 교사를 찾은 것은 지난달. '사이버 와룡고'를 짓고 싶다며 건축승인을 요청했다.
이 교사는 흔쾌히 승인했다. 아예 제작부터 관리까지 모든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다. 소문은 금방 번졌다. 컴퓨터 기술이 없는 학생들까지 우리집 짓는데 참가하겠다고 소동이 났다. 그래서 모인 것이 28명.
13일 회의에서 차효현양을 운영위원장으로 선출하고 기술 부분과 내용 부분으로 조직까지 편성했다. 방학 3일 후인 22일 학교에 모여 일정과 조직, 내용 등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 다음부터는 땀흘리는 일 뿐이다. 그것도 학기중엔 하루만 안 갔으면 하던 학교에서 말이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워낙 적극적이어서 자율적으로 진행하도록 했다"며 "이번 방학은 이들에게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고 함께 땀흘린 친구들과 잊지 못할 우정을 쌓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능인중 3학년 4반과 6반 학생 70여명은 20일 종업식이 끝나도 헤어지지 않는다. 학기 동안 아쉬웠던게 많아 아예 2박3일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 대구 동구 봉무공원 옆 동명수련원에서 학급수련회를 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물어보니 갓바위 등산, 봉무공원 체육놀이, 캠프파이어 등 보통의 수련회 같았다. 듣다 보니 특이하게도 '영화, 연극 발표'가 있었다. 21일 오후 내내 같은 두레(조)가 연극을 만들어 연습하거나, 무비 카메라가 있다면 영화를 찍어보고 저녁 캠프파이어 때 발표한다는 것이다.
막상 알고 보니 수련회의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마음공부'가 들어 있었다. 중학생이란 한창 뛰어다니고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시기. 명상에 잠겨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일이란 생소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그것을 이틀 동안 저녁마다 한다. 얼마나 성숙해질지는 두고볼 일.
배성완 교사는 "친구들끼리 친밀감과 연대감을 갖게 함으로써 학교에 오는 재미와 의미를 주기 위해 준비한 자리"라며 "처음에는 재미 없어 할 지 모르지만 지나고 나면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화여고 1, 2학년생 80명은 19일 종업식을 마치고 더 멀리 떠난다. 전북 임실과 남원을 다녀오기 위해서다. 임실은 섬진강 시인 김용택씨가 있는 곳. 첫날 저녁 그가 근무하는 마암분교에서 강의를 듣고 숙소인 인근 천담분교로 이동한다. 여기서 다슬기 잡기와 별자리 관측을 할 예정. 도시 학생들에게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경험이다.
이튿날 아침에는 남원으로 가서 소설 동편제의 작가 윤영근씨로부터 강의를 들은 뒤 광한루와 춘향묘, 실상사 등지를 둘러본다. 다시 천담분교로 돌아오면 동편제 판소리를 하는 김소현씨와 대금연주자를 초청, 판소리 판이 벌어진다.
2박을 마친 마지막날 아침에는 마이산을 등반하고 장수 논개사당, 거창 농월정과 연암 사적지 등을 거쳐 대구로 돌아온다. 짧지 않은 여정에 적지 않은 프로그램이 연결된다. 그러나 올해로 6년째 남도문화기행을 추진한 박홍진 교사는 "여유롭게 진행해도 학생들 스스로 움직여 주기 때문에 무리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재잘거리고, 돌아다니고, 자연과 어울리느라 밤잠까지 아낀다는 것이다.
박 교사는 "공부에 시달리던 학생들이 별자리를 보고 자연을 접하다 보면 가치관까지 달라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서 학교 교육에서 부족한 부분을 메꿀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말했다. 金在璥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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