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학기술 개발 이판사판 총력

지난달 남북정상회담때 북한의 조선컴퓨터센터를 찾았던 남한측 인사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센터의 한 관계자가 마이크를 이용해 책을 읽자 그 구절이 컴퓨터 화면에 그대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 98년 8월에 사거리 1500m~2천㎞의 미사일(대포동 1호, 북한에서는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고 있음)을 발사해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그것보다 사거리가 긴 미사일 제조 기술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요즘 180㎞인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300㎞로 연장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미국과 밀고 당기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주민들이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고 전기가 모자라 공장가동마저 중단되기도 하는 북한의 과학기술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위에서 알 수 있듯이 '전반적인 산업기술은 우리보다 뒤처지지만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국방, 원자력 등 특정 분야의 과학기술력은 분명 앞서 있다'이다. 특히 북한의 항공·해상관제 소프트웨어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독일 등에서도 고가에 수입해 갈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가. 그 답은 북한의 '과학기술중시정책'에 있다.

북한의 김정일은 아버지인 김일성이 사망한 해 마지막 날인 94년 12월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과의 환담에서 '부강조국 건설론'을 제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야 인민들에게 보다 유족한 생활을 보장해 줄 수 있으며 기술적 우위를 떠드는 제국주의자들의 거만한 콧대를 꺾을 수 있다"고 과학기술 발전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투자는 이듬해부터 바로 늘어났다. 우선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투자가 이뤄졌다. 95년 10월에는 평양시 대동강구역 문수거리에 연건평 2만2천㎡의 '과학자여관'을 세워 평양을 방문하는 지방 과학자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98년 6월에는 과학원(평양시 은정구역)으로 출퇴근하는 과학자·기술자들을 위해 평양역과 대산점역을 왕복하는 과학자 전용 통근열차 운행도 시작했다. 또 이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주택 등을 제공하는 한편 지위향상에도 힘써 상당수의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이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전국 과학자·기술자 대회'도 개최했다. 하드웨어 면에서는 많이 낙후돼 있지만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도 늘려가고 있다. 작년 한해만도 상당수 대학에 컴퓨터 관련 학과가 새로 만들어졌으며 11월에는 내각에 전자공업성까지 신설됐다.

연구는 주로 영농현장이나 산업체에서 생산량을 늘리거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기술에 집중되고 있다. 성과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례로 과학원 산하 '세포 및 유전자공학분원'에서는 무(無)바이러스 감자모 생산에 성공했으며, '전기연구소'에서는 기름과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는 수력발전소용 조속기(調速機)를 개발했다. 우리들이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때 직접 확인한 음식인식 컴퓨터 프로그램도 물론 그런 성과중의 하나다.

북한 노동신문은 올해 신년사설에서 '강성대국' 건설 3대기둥의 하나로 과학기술을 꼽았다. 지난 7월4일자 사설에서도 이 신문은 "공장은 돌아가지 못한다고 해도 과학기술연구는 절대로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북한은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현재의 경제난은 저절로 해결되고 강성대국도 이룰 수 있다고 믿고 과학기술중시정책을 계속 펴고 있다.

宋回善기자 the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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