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현장은 아비규환, 지옥을 방불케했다. 사고난 버스와 승용차는 폭격을 맞은 것처럼 전소돼 뼈대만 앙상했고 도로 곳곳에는 사고차량에서 흘러나온 기름과 학생들의 소지품이 흩어져 있었다. 졸지에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오열과 피눈물이 하늘까지 닿은 듯 밤새 비가 내렸다.
▨사고현장
◈불탄 사체 '아비규환'
○…사고 현장에 한 발 앞서 도착, 부상자 구난과 시신 수습에 나섰던 김천경찰서 112타격대 박동선 일경은 사고현장을 "한마디로 아비규환이었다"며 치를 떨었다. 부상자 구난 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부산 70바 3903 관광버스에 들어가 시신을 수습했던 박 일경은 "온 몸이 불에 타 형체조차 불분명한 시신들이 버스 뒤에 다 뒤엉켜 몰려 있었다"고 말해, 추돌로 버스 앞쪽에서 불이 붙자 이를 피해 탈출구가 없는 뒤쪽으로 뒤엉키면서 사망자가 크게 늘어났음을 방증했다. 박 일경은 "불에 탄 시신은 남녀 구분조차 되지 않아 불에 그을린 손톱 메니큐어나 타다 남은 팬티조각 등으로 식별할 수밖에 없었다"며 "승용차는 차 앞뒤로 부딪히면서 동그랗게 찌그러져 보기만 해도 끔찍했다"고 했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학생들은 차량화재가 진화된 뒤 119구조대와 경찰이 관광버스 창문을 부수고 불에 탄 급우들의 시신을 끌어내자 일시에 울음을 터뜨려 울음바다가 됐다.
○…관광버스 화재현장에는 사고발생 1시간만에 10여대의 견인차가 도착했으나 고속도로 갓길이 운행차량들로 차단돼 환자수송이 지연되는 등 혼란을 연출. 먼저 가기 위해 갓길을 점령했던 차량운전자들은 따가운 시선공세를 받았다.
◈고속도로 4시간 불통
○…사고 이후 경부고속도로 상.하행선이 4시간동안 불통되자 도로공사 추풍령영업소측이 IC진입차량을 통제, 김천으로 통하는 국도와 지방도에 많은 차량이 몰려 대혼잡을 빚자 영문을 모르는 시민들로부터 항의전화가 빗발.
○…고속버스 추락지점 논소유주 김모(59.김천시 봉산면 광천1리)씨 가족들은 지난97년 8월 고속도로를 달리던 트럭이 20여m 자기논 아래로 추락, 트럭에서 새어나온 기름으로 수년째 농사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도로구조상 문제점을 보완하지 않고 방치해 오늘과 같은 대형참사를 유발했다며 무사안일주의를 탓했다.
▨병원
○…오후 8시를 넘기면서 부랴부랴 김천에 도착한 사상자 학부모들은 장마철에다 태풍이 오는 계절에 수학여행을 떠난 학교 처사에 분통을 터뜨리며 오열했다.
부상자 명단엔 들어 있지 않아 화상으로 신원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사망자 명단에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김수전(16.여.독어과)양의 어머니는 "장마통 빗길에 그것도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슨 수학여행이냐"며 울부짖다 급기야 혼절.
중국어과 인솔교사를 맡았던 김희정(30.여)씨는 이에 대해 "우리 학교는 여름철에 수학여행을 가는 것이 관행으로 돼 있다"며 "1학년때 가는 것은 2, 3학년때 수학여행을 가면 학업에 방해가 된다는 방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식 살려내라" 절규
○…김수전 양의 어머니는 또 학생들 인솔교사로 김천 제일병원에서 입원 학생들을 돌보던 박시경(40)씨에게 "정신있는 학생들만 데리고 나오고 정신없는 아이들은 숨이 붙어 있는지 확인도 않고 내버려 두고 나온 것 아니냐"고 오열해 주위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또 김천의료원에서 사망자 추정 명단에 오른 외아들 임민성(16.독어과)군 어머니 조애경(41.부산시 안남동)씨는 "수학여행 간다고 새 옷을 입히고 새 운동화를 신겨 보냈는데 나는 절대로 죽은 아들은 받을 수 없다. 살려서 내 놔라"고 절규했다.
◈부상자 97명 부산 이송
○…김천 제일병원과 김천 의료원 등 6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97명의 부상자들은 15일 새벽 4시부터 부산으로 옮겨지기 시작해 이날 오전중 모두 후송됐다. 부산시 사고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보호자들이 집이 가까운 부산으로 옮겨 치료 받기를 원해 후송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천지청 최재정 부장검사는 직접 병원으로 가서 관광버스에 탔던 학생 13명과 운전사 주춘식씨 등 14구의 사체를 검시한 후 사체 부산 이송을 허가, 9시쯤 앰뷸런스 14대를 동원해 부산으로 옮겼다.
임시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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