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고 꼬리무는 '마의 고갯길'

고교생 13명 등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부고속도로 추풍령 부근 사고현장은 매년 20여건의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마(魔)의 구간'이었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서울기점 215.5km지점(김천시 봉산면 광천리), 추풍령 휴게소에서 1km정도 떨어진 이곳은 약간 오르막길을 넘어서면서 곧바로 6도 경사를 이루는 내리막길인데다 약간 커브가 져 베테랑 운전자들조차 사고를 두려워하는 '죽음의 고속도로'로 통하고 있다.

이처럼 사고가 다발하는 마(魔)의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도로공사에서는 선형변경을 하지 않고 지금까지 방치해 사고를 부추겼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김천시와 김천경찰서에서도 수차례 사고 위험성을 지적, 도로공사측에 시정을 건의했으나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매년 이곳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줄을 잇고 있으며 올들어서도 15건의 사고가 발생, 3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치는 피해를 냈다. 눈이나 비가 올때는 더욱 위험하다.

이곳에서는 경부고속도로 개통 2년째인 지난 75년 48명의 사망사고를 냈으나 아직도 방치되고 있다.

지난 2월4일 설날때엔 고향을 가던 김모(34.경기도 수원시)씨의 승용차가 미끄러지면서 사고를 당해 김씨의 자녀 2명(7세, 1세)이 목숨을 잃었고 김씨 부부도 중상을 당했다.

지난달에도 이 부근에서 화물차와 승용차가 부딪쳐 사망사고가 발생했으며 며칠전에는 미국에서 태권도 관광을 온 미국인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가다 변을 당해 28명이 중경상을 입기도 했다. 일주일전인 8일에는 화물차와 승용차 2대가 추돌사고를 낸데다 미처 사고수습을 하기도 전에 뒤따라오던 차량들이 추돌, 한꺼번에 4건의 사고를 냈다.

특히 이 지점은 근본적인 사고예방을 위해 도로 구조변경이 불가피하나 약간의 요철공사에만 그쳐 대형사고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도로공사에서도 이곳의 문제점을 인식, 선형변경 계획을 세웠으나 늑장공사로 일관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천시는 '마의 구간'은 이번 사고가 끝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천경찰서 정익현 교통사고조사계장은 "이곳은 사망자가 다발하는 문제가 많은 지역이다. 눈비가 올때나 안개가 끼는 날에는 어김없이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선형구조 변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천소방서 강희일 서장도 "유난히 이 지점에는 사고가 났다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져 올들어 119구조대가 출동한 것만도 15차례나 된다"고 말했다.

툭하면 사고가 발생하자 인근 마을 주민들도 불안해 하고 있다. 운전경력 20년인 속리산고속 소속 이봉표(53) 기사는 "경부고속도로 중 가장 위험한 곳"이라며 "이곳은 오르막길에서 곧바로 경사6도의 내리막길이라 과속하기 쉬운데다 베테랑 운전자들도 이곳에 오면 오르막길 꼭대기에서 브레이크를 살짝 밟아주는 등 속도를 줄여 조심스럽게 운행한다"고 말했다. 임시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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