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 명단에 실린 가족들

…"50년동안 생사를 모르던 동생을 만날 수 있다니 말할 수 없이 기쁘다" 대구시 수성구 상동 양용생(75·여)씨는 16일 북한에서 보내온 이산가족 교환방문단 명단에 실린 동생 원렬(69)씨 생존소식을 듣고 눈물을 글썽였다.

달성군 가창면 용계동에서 자란 원렬씨는 서울대 문리대 수학과 1학년 재학중 전쟁이 한창이던 50년 소식이 끊긴 후 지금까지 가족들은 생사조차 알지 못했다. 용생씨는 "5남매중 네째인 동생은 경북대 사대부중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는 등 유독 착하고 영리해 가족의 사랑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기 때문에 전쟁이 끝난 뒤 북으로 갔다는 소식은 가족들에게 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또 "살아있다는 소식만으로도 기쁘지만 반백년동안 북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너무나 궁금해 빨리 만나고 싶은 심정 뿐"이라며 서울, 강원도에 흩어져 살고있는 형제들에게 소식을 전하기에 바빴다.

특히 형제들중 큰 오빠 태렬(88·98년 사망)씨가 생전에 "동생은 반드시 살아있을 것"이라며 원렬씨를 가장 애타게 그리워했다는 것.

태렬씨 아들 승기(62·의사)씨는 "가창에서 함께 자란 삼촌이 너무나 공부를 열심히 해 나도 영향을 받아 경북대 사대부고를 택했다"며 "서예에 특출했던 삼촌이 집을 떠나기전 남긴 두보시집을 보며 삼촌을 그리워했다"고 전했다.

姜秉瑞기자 kbs@imaeil.com

…6·25 당시 의용군으로 월북한 형님 권중국(70)씨가 동생 중후(62·영주시 풍기읍 동부4동 세림주택 나동 101호)씨를 찾는다는 소식에 중후씨 가족은 솟구치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포항에 출타중인 권씨는 16일 저녁 집으로 전화를 걸어 "오래 살다보니 오늘 같은 기쁜 날도 온다"며 "죽은 줄만 알았던 형님을 만나게 돼 꿈만 같다"면서 17일 저녁 귀가, 형님을 만나게 될 계획을 가족과 의논하겠다고 말했다고 가족들이 전했다. 모두 4남4녀인 권씨 형제중 중국씨만 이북에 있고 3남4녀는 서울과 영주 등지에 거주하고 있으며 아버지 권태업씨는 30년전에, 어머니 김복희씨는 3년전에 세상을 떴다.

중후씨는 25년전 영주시 이산면 월리에서 풍기읍으로 이사, 현재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다.

영주·朴東植기자 parkds@imaeil.com

…김덕한(64)씨의 고향인 봉화군 재산면 현동3구 동다리마을에는 6촌 여동생인 김순자(56)씨만 생활하고 있고, 나머지 혈육들은 서울, 부산 등지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덕한씨는 당시 마을사람들과 함께 북으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가족 중 어머니 권분향(생존시 87세)씨는 5년전에 작고했고, 동생 상한(57)씨는 공직생활을 하다가 20여년전 경기도 광명시로 이사했다. 여동생 김춘자(61)씨는 결혼해 서울시 화곡동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춘자씨는 "덕한이 오빠가 이미 죽었을 것으로 보고 잊어버렸다"며 "매스컴을 통해 오빠가 북한에 살고 있는 것이 확인된 만큼 하루 빨리 만나 보고 싶다"며 말했다또 김씨가 찾고 있는 덕기(52·여)씨는 출가해 안동에서, 남동생 창한(51·부산시 북구 라명동)씨는 경남 함안의 한 콘크리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창한씨는 "아버지는 4형제 중 막내로 6·25당시 행방불명 돼 출생신고를 못해 백부인 김영진(89)씨 앞으로 입적됐다"며 "덕한이 형을 한 번도 본적은 없지만 하루 빨리 보고싶다"고 말했다. (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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