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300여 한국기업들은 지난 14일 새벽 미-베트남 무역협정 체결 소식이 들리자 일제히 환호했다. 특히 신발.의류.봉제 등 미국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은 벌써부터 해 온 기업확장 준비를 서두르면서 후속 조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기업 동향=한국기업들은 베트남에 경제위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상당한 호황을 누리며 다투어 투자해 왔으나, 1997년 시작된 경제위기가 지금까지 풀리지 않자 일부는 사업을 포기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 왔다.
때문에 이번 협정으로 베트남 경기가 다시 살아나고 투자도 활성화되리라는 기대가 특별하다. 호치민에 진출, 현지기업과 합작하고 있는 신발업체 삼양베트남.태광비나 등은 이미 공장증설 협의에 들어 갔으며, 방림방적 등도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전문팀을 구성하는 등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밝은 기대=지금까지 베트남은 미국 무역당국에 의해 요주의 국가로 분류돼 미국에 수출하는 상품에 대해 40%의 높은 관세를 물어야 함으로써 사실상 수출이 불가능했었다. 그러나 이번 협정 체결로 관세가 다른 국가와 같은 3% 선으로 낮아질 예정이어서, 베트남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상품이 미국시장으로 쏟아져 들어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대미 수출 유망 종목은 신발.의류.섬유.수산물 등 노동집약 상품으로, 관련 기업 대부분을 한국업체들이 운영하고 있다.
모두 12개 업체가 진출해 있는 건설업체들도 침체를 벗어나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막대한 자금이 쏟아져 들어올 경우 베트남의 전반적인 경기가 살아나 건설시장도 활성화되리라는 기대이다. 베트남에는 전후 복구와 산업 인프라 구축 등 무궁무진한 건설 프로젝트가 있으나, 경기 침체로 자금이 부족해 일부 한국 건설업체는 몇년동안 단 한 건의 공사도 따내지 못하는 등 고전해 왔다◇베트남 상황=아시아를 휩쓴 경제위기에 느슨히 대처했던 베트남은 그 여파로 강력 처방을 한 인근 경쟁국들이 위기에서 벗어나 도약을 시도하고 있는 반면 아직도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높은 환율과 공산국가 특유의 각종 제재 등으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지난 연초엔 경제 파산설까지 나돌 정도였다. 이에 따라 베트남은 경제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미국과의 무역협정 체결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약 4년에 걸친 협상 끝에 마무리된 이번 무역협정은 공산국가인 베트남이 1980년대 말 시장경제로의 개혁에 착수한 이후 가장 획기적인 경제적 이정표가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얼마전 중국이 부여 받았던 PNTR(항구적 NTR)과는 달리 단순 NTR 지위를 미국으로부터 받음으로써, 매년 이를 경신 받아야 하는 한계는 있다.
세계은행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베트남간 무역협정이 체결될 경우 베트남의 대미 수출은 1996년의 3억3천만 달러에서 7억6천만 달러로 두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1996∼97년 베트남이 아시아의 신흥경제국으로 각광받을 당시 약 28억 달러로 최고에 달했다가 최근 5억 달러 수준으로 격감한 외국인 투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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