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0년 공업화.환경파괴 자연 대반격

지중해 일대에 계속되고 있는 이상 폭염으로 최근 2주 동안 그리스에 1천여 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터키에서는 불볕 더위로 사망자가 29명에 달했다. 아시아에서도 중국에서는 강력한 회오리 바람이 몰아쳐 수십명이 사망하고 1천여명이 부상한 가운데,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온실효과로, 급속한 해수면 상승이 우려된다. 반면 태국에서는 폭우로, 아르헨티나에서는 강추위로 인명피해가 속출하는 등 지구촌 곳곳이 광기 품은 이상기후 공습에 어쩔줄 몰라하고 있다.

그것뿐이 아니다. 지난 2월, 영국 남부에서는 짝짓기할 암컷을 찾지 못한 개구리 수컷들이 금붕어를 습격해 질식사 시키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중국과 페루에서 난데없는 메뚜기떼 습격으로 농경지가 초토화됐다.

이같은 일들은 지구 온난화와 이상 기후에서 비롯된 많은 괴상한 일들 중 일부일 뿐이다. 이상 기후의 피해는 인류가 밤잠을 설치고 그 다음 하루를 무기력하게 보내면 끝날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하늘이 짓는다'는 농사는 기후변화 때문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식량난이 우려되는 것. 그러나 FAO(세계농업기구)에 따르면 식량 감소는 홍수.가뭄 같은 기상이변 자체 때문만에 오는 것은 아니다. 생태계 교란에 따른 병충해의 증가도 중요한 파괴력인 것.

최근 15년간 계속돼 온 이상 기후 현상은 이미 질병과 죽음의 씨앗을 지구촌 곳곳에 뿌려대고 있다. 국제적 환경보호 단체 그린피스는 올해까지 지구 온난화로 동식물 2만5천여 종이 멸종할 것이라고 예측해 놓고 있다. 여기에다 유행성 출혈열 바이러스, 말라리아, 페스트, 콜레라, 뎅기열 같은 후진국 병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자연계의 적자 생존 원칙이 그대로 반영된 때문이다. 이상기후로 자신을 잡아 먹을 포식자들이 사라진 뒤 쥐 같은 설치류, 곤충, 박테리아, 원생동물, 바이러스 등이 세력을 키우는 것이다. 하버드 보건학 스쿨의 유행병학자 폴 엡스타인은 '2℃의 기온 상승은 모기의 신진대사를 2배 활성화 시키고 말라리아의 세력권을 42∼60%까지 넓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고온과 오존 고갈에 따른 자외선 증가, 염화 탄화수소 등 오염물질은 인간이나 동물의 면역체계를 극도로 약화시킨다. 아프리카의 사자나 북해 바다표범의 집단 폐사는 기온 상승으로 인한 바이러스이 창궐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와 있다.

세계의 학자들이 이상 기후로 인한 위험에 대해 경종을 처음 울린 것은 1980년대 말이었지만, 아직 어떤 국제단체도 구체적이고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인류가 본격적으로 '공업화 괴물'을 키워내던 지난 100년간 인내의 한계에 달한 지구는 한파.홍수.가뭄.폭염, 그리고 그것들의 2세인 '죽음의 바이러스'를 키워왔다. 어쩌면 우리 인류는 별 승산없는 전쟁에 매달려 온 셈인지도 모를 일. 이제 자연과의 화해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만큼 궁지에 몰렸다.

曺斗鎭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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