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올 여름 독서시장 번역소설 붐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앞두고 여름 독서시장을 겨냥한 외국 소설들의 번역 출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세계 최고의 스토리텔러 작가로 불리는 시드니 셀던의 신작 '여자는 두 번 울지 않는다'를 비롯 지난 92년 네덜란드 최고의 문학상인 '아코'문학상을 수상한 마르흐리트 더 모르의 '쥐색 흰색 푸른색'과 영국 작가 조안나 트롤로프의 '타인의 아이들'이 나란히 출간됐다.

또 러시아 최고의 추리소설가로 '마리리나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알렉산드라 마리리나의 추리소설 '악의 환영'과 일본 작가 아사다 지로, 키리노 나츠오, 모리 교코의 소설도 나란히 선보이는 등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여자는 두 번 울지 않는다'(북@북스 펴냄)는 지난 97년 출간당시 초판 1백만부라는 기록과 함께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34주 연속으로 오른 소설. 백악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종 음모와 스캔들, 진실을 왜곡하는 언론의 허상, 인간성 상실이라는 치부를 극명히 보여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전쟁을 주요 테마로 삼아 연속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멜로작품이다.

'쥐색 흰색 푸른색'(문학동네)은 국내에서 좀체 접하기 힘든 네덜란드 여성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주인공 마그다의 돌연한 실종과 귀환, 죽음을 중심으로 그녀의 과거와 현재, 주변인물들의 삶을 교차시키며 피륙을 짜듯 정교하게 이야기를 구성해나간 작품. 각 장 마다 각기 다른 주인공들이 등장, 서술시점이 바뀌는 독특한 서술방식이 눈길을 끈다. 마르흐리트 더 모르는 성악가로 활동하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작가로 등단, 다양한 소재와 속도감 있는 문체로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같은 출판사에서 번역돼 나온 조안나 트롤로프의 '타인의 아이들'은 98년 영국에서 발표된 이후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려면 대출신청후 한참을 기다려야 할 만큼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은 작품이다. 이혼과 재혼으로 얽혀가는 복잡한 가족관계 속에서 분열된 가족의 고통과 희망, 사랑에 대해 짚어보고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자리를 아프게 탐문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 실험에 얽힌 비극적 사건을 그린 알렉산드라 마리리나의 '악의 환영'(문학세계사)은 사교계의 귀부인 살인사건을 축으로 모스크바 경찰국 강력계 여형사 아나스타샤(마리리나의 모든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가 놀라운 추리력을 동원, 거대한 범죄 조직의 음모를 파헤친다는 줄거리로 되어 있다. 작가는 추리기법을 빌려 인간성 상실의 위험을 경고하는 한편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일본 작가의 소설도 여름 독서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해 제121회 나오키(直木)상 수상작인 키리노 나츠오의 소설 '부드러운 볼'(산성미디어)는 가족을 버리고 자신의 새로운 삶을 찾아 과감히 탈출한 여주인공 카스미가 처한 삶의 딜레마와 그에 맞서는 인간의 내면을 날카롭게 파헤친 작품이다. '철도원'의 작가 아사다 지로의 '셰헤라자드'(베틀북)는 2차대전 당시 미군 잠수함에 격침된 여객선 미륵호의 인양을 둘러싸고 일본.중국의 범죄조직과 우익단체, 정계 인사, 여기자 등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숨막히는 추격전을 흥미롭게 그려냈다.

또 모리 교코의 '시즈코의 딸'(문예출판사)은 93년 뉴욕타임즈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작품. 70년대 항구도시 고베를 무대로 사춘기 소녀 유키의 방황과 엄마의 자살로 인한 상실감, 애틋한 첫사랑까지 연대기 형식으로 그려낸 매우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문체의 성장소설이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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