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로운 천재수학자의 21년 삶

수학에 열정을 바쳤던 갈루아가 열정의 대상을 아리따운 여성으로 바꿨을 때 예기치 않은 비극이 다가오고 있었다. 스무살을 막 넘어선 갈루아는 약혼자를 둔 금발의 스테파니를 열렬히 사랑하게 됐으나 차갑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더구나 그녀의 약혼자는 그와 정치적 신념을 함께 하며 우정을 나눈 데르뱅빌이었다. 갈루아는 자신의 약혼자에게 추근댔다며 결투를 신청한 데르뱅빌과 마주 선 뒤 그가 쏜 총탄에 피를 뿜고 쓰러졌다. 그의 나이 불과 21살이었다.

'프랑스 수학자 갈루아'(톰 펫시니스 지음, 김연수 옮김, 이끌리오 펴냄, 2권, 각 8천500원)는 외로움 속에 살다 간 천재 수학자 에바리스트 갈루아의 삶과 죽음을 다룬 책이다. 갈루아는 학교 공부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며 친구도 사귀지 못한 채 우울한 사춘기를 보내다 열 다섯살 때 수학의 경이로움에 눈을 뜨게 된다. 유클리드의 책을 읽고 아르키메데스와 파스칼의 업적을 혼자서 공부하며 많은 수학자들이 실패했던 5차 방정식 이상의 해법에 도전한다. 그는 좌절을 겪기도 했으나 결국 5차 이상 방정식의 일반 해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 열 여섯살 때부터 방정식이 근에 의해 풀리기 위해 만족해야 하는 본질적인 조건들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고 방정식의 근들을 결부시켜 얻어지는 자기동형군을 만들어 해법의 단서를 제공했다. 이것이 그가 창안한 '군(群) 이론'으로 후세로부터 현대 대수학의 체계를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갈루아는 살아 생전 수학적 업적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수학자들의 엘리트 코스인 에콜 폴리테크니크 입학이 좌절되고 아카데미에 보낸 수학 논문도 당시의 유명한 수학자 오귀스탱 코시에 의해 무시당한다. 프랑스 대혁명후의 혼란한 시기를 살던 그는 아버지의 석연치 않은 죽음으로 공화주의 운동에 더욱 몰두,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어 그는 젊은이로서 자연스럽게 이성을 사랑하게 됐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죽음까지 맞게 됐다. 그는 천재였기 때문에 그렇게 짧은 삶을 살아야만 했던 것일까? 낭만주의 시대에 역사와 개인, 혼돈과 질서, 천재성과 자기 파괴의 열정 사이에서 고뇌하는 젊은이를 애정이 깃든 걸음으로 따라가고 있다.

金知奭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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