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 월북자 남측혈육 근황 훤해

이산가족 상봉 명단공개 작업을 통해 북한이 평소 월북인사 남쪽 가족들의 신상 파악을 철저히 해 왔음이 밝혀져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 측이 자료 미비로 상봉 희망자 생존 여부나 북측이 요구한 상봉자 가족의 소재 파악에 애를 먹었던 것과는 대비되는 현상.

월북자가 대부분인 북한 측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상당수는 우리 측에 건넨 자료에 가족의 최근 소식과 구체적인 직업 등에 대해 자세히 적어 왔다.

최고령자인 비날론 발명가인 이승기 박사(96년 사망)의 부인 황의분(84)씨는 조카들이 서울대 교수와 건축사로 있다고 밝혀 왔으며 시인 오영재(64)씨는 형제들이 한남대와 홍익대 교수로 재직중이라고 근황을 정확이 알려왔다.

또 이종원씨는 조카(24)가 다니는 대학과 학과까지 자세히 기록해 우리 측 실무자들을 놀라게 했다.

평소 북측의 철저한 월북인사의 남쪽 가족 관리 실태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은 1958~60년의 중앙당지도사업에 이어 주민등록 사업(64~69년), '3대 계층 51개 부류'(71년) 등 꾸준한 주민성분 조사를 통해 월북·월남자 가족의 신상을 파악해 왔다.

또 98년 2월부터 실시된 '흩어진 가족찾기 사업'을 통해 자료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황장엽 전노동당 비서도 "전산화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매우 체계적으로 이산가족 자료를 관리중"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한편 북측은 상봉자 선발 기준으로 '사상성과 지위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즉 남측 인사와의 접촉시 '사상적 흔들림'을 막고 유명 인사를 선발함으로써 '남한의 가족을 두고 있는 사람도 차별받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파악되고 있다.

李宰協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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