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나는 교실-혜화여고 국제화 교육

'여성교육에도 국제화가 필수'대구 혜화여고가 국제 교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각급 학교의 해외 교류가 수도권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지방의 경우 학교간 자매결연 수준에 그치는 데 비하면 혜화여고의 국제화는 지역에서도 놀랄 만한 수준.

18일 2학년 6반 교실. 유일하게 사복을 입은 학생이 눈에 띄었다. 미국 뉴욕 스프링스고교에서 연수 온 캐서린 쉐퍼드양. 한국 입양아지만 우리말을 못 하는 탓에 수업을 다소 지루해 했지만 눈빛만은 더없이 진지했다.

쉬는 시간. 학생들과 어울려 손짓, 발짓 해가며 수다를 떨었다. 지난 5일 쉐퍼드양이 처음 교실에 왔을 때만 해도 모두들 쭈뼛거리며 어색해하던 것과 비교하면 빠른 진전. 그동안 물어볼 이야기를 종이에 적은 뒤 말을 걸기도 하고, 한 마디 한 마디 어렵게 붙이기도 하면서 조금씩 거리를 좁혀온 결과다.

담임 전봉환 교사는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모두들 적극성을 보였지만 지금은 대화가 어려워 몇몇 학생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면서 "스스로 외국어에 부닥쳐보고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는 동기가 됐다는 것 만으로도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혜화여고의 해외 교류는 올해로 벌써 5년이 넘는다. 지난 96년 1월 이태복 교사가 22명의 학생들과 함께 한달 동안 미국 캔터키주 머레이 주립대에 어학연수를 다녀오면서 미국과의 교류에 물꼬가 트였다. 신용세 교사가 그해 여름방학 때 현지 어학연수를 다녀왔고 이듬해에도 학생 15명, 교사 1명이 연수를 다녀왔다.

학생들의 장기 연수도 적지 않다. 이승아양이 지난 95년 8월부터 1년 동안 플로리다의 고교에 연수를 다녀온 뒤로 98년 8월부터 1년 동안 소은경양이 플로리다에서 연수를 받았다. 2학년 이승민, 김현미양은 다음달 텍사스 타일러시로 1년간의 연수를 떠난다.

올해 들어서는 일본 연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김은지양이 지난 2월부터 요코하마의 고교에 다니고 있으며 졸업생 2명은 지난 4월 일본에 있는 아시아 퍼시픽대에 입학했다. 내년에도 3명의 학생이 이 대학에 추천입학할 예정이다.

혜화여고 국제 교류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들이 부담하는 경비가 최소한에 그친다는 점. 미국의 경우 국제 학생 교류회(YFU:Youth For Understanding)를 통해 학교를 연결받고 연수기간 동안 홈스테이를 하기 때문에 경비는 극히 적다. 일본에서는 연수 학생들에게 홈스테이 비용을 받지 않고 오히려 교복까지 내준다.

연수 학생이 단순히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역사 등 다양한 분야 교류의 촉매 역할까지 맡기 때문. 이기주 교장은 "연수 학생들은 해당 지역 초등학교 등지를 다니며 한국에 대해 소개하는 일까지 해내는 민간 대사"라며 "여학생이라도 어학능력 향상과 국제적인 이해를 높이는 일에 예외일 수 없으므로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金在璥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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