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낮 12시 두류공원 성당못 옆. 30여명의 노인들이 더위도 아랑곳않고 한창 화투판에 열중하고 있었다.
"왜 그 패를 냈느냐" "따고 그냥 가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왁자지껄한 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주변을 소란스럽게 했다.
성당못 주변, 인근 야산 등 두류공원 곳곳에는 나들이나온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같은 풍경이 매일 반복해서 벌어지고 있다.
요즘 공원에서 화투를 즐기는 노인들의 숫자는 200여명. 김모(67.달서구 성당동)씨는 "나이든 사람들이 소일삼아 하는 놀이"라면서 "푼돈을 갖고 화투를 치다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고 말했다.
공원 관계자는 "인근 야산에 숨어 몰래 치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그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재미삼아 하다가 3,4만원 정도의 '큰 돈'을 잃고 관리사무실로 와 고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조직적으로 노름을 벌이는 그룹도 꽤 많았다. 지난 18일 성당못앞에서 만난 50대 남자는 "현금 100만원만 있으면 건너편 교회뒷산에서 벌어지는 큰 판(?)에 낄 수 있다"면서 "그 판은 터줏대감인 조모씨의 허락을 얻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두류공원 '만남의 광장' 휴게실 옆 공원로에는 50대 2, 3명과 노인 10여명이 모여앉아 한판에 2만~6만원을 걸고 윷놀이도박을 벌이고 있었다.
낮 12시 30분쯤 단속차량이 다가오자 이들은 일사불란하게 길건너 편으로 흩어졌다가 곧 다시 모이는 '기동성'을 보였다. 이들은 손님을 가장한 바람잡이꾼, 낯선 사람의 접근을 막는 사람, 윷판을 돌리는 사람 등 짜임새 있는 '조직'을 구성하고 있었다.
두류공원관리소장 이우순씨는 "올 3월 초부터 10여명의 공익요원.청원경찰을 공원 곳곳에 배치하고 있지만 노인들의 화투놀이까지 단속하기 어렵다"면서 "단속원이 가면 판을 숨기거나 심지어 단속원의 멱살을 잡고 '너희는 부모도 없느냐'고 한 적도 많다"며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두류3동파출소 김동열 소장은 "도박의 경우 현행법상 판돈이 15만원 이상 돼야만 입건할 수 있는데, 대부분 판돈이 적어 '경범죄'를 적용해 범칙금을 물리거나 훈방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250만 시민의 대표적 공원인 이 곳은 또 속칭 '산새'로 불리는 중년의 윤락여성들 때문에 더 혼탁해지고 있다. 이들은 노인 등을 상대로 커피.음료수 등을 팔면서 1,2만원을 받고 윤락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중 일부는 공원근처에 가게를 차려놓고 술을 팔거나 도박장소까지 제공하고 있다는게 공원관계자의 얘기였다.
이같은 공원풍경은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나온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다. 이날 아이 둘과 함께 두류공원을 찾은 박영숙(35.여.서구 평리동)씨는 "노인들이 마땅히 갈만한 곳도 없고 뚜렷한 놀이수단도 없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해도 너무한다"면서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 무엇을 배우겠느냐"고 우려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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