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의 22일 회동은 정치적 실리를 노린 양측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회동은 이 총재가 먼저 제의했지만 김 명예총재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비 때문에 오후 골프회동이 불투명한 상황을 맞기도 했지만 어떤 식으로든 회동을 강행하겠다고 밝힌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게다가 김 명예총재가 20일 한일의원연맹 한국측 회장에 당선됨에 따라 축하할 명분도 새로 생겼다. 그렇다면 그동안 자민련을 그토록 비토놓던 이 총재가 이같은 파격을 택하게 된 이유는 뭘까. 대선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 총재 입장에서는 이같은 기회를 노렸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문제 때문에 민주당과 소원한 관계에 있는 자민련을 흔들어 보겠다는 속셈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자민련을 아예 무시하는 듯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 주장에는 일언반구 대꾸를 않으면서 철저하게 양당구도를 고집했다. 그러나 이같은 입장에 따른 손실도 만만찮았다. 자민련이 야당선언을 번복하면서 민주당과의 공조관계로 돌아선데도 한나라당의 이같은 태도가 일정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김영삼 전대통령은 이를 이 총재의 정치력 부재와 연관시켜 이 총재에게 직격탄을 날린 바도 있다. 결국 자민련이 민주당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 때가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한 것 같다.
이번 회동은 김 명예총재에게도 상당한 실리를 가져다 줄 것 같다. 이를 두고 특유의 줄타기 정치가 시작됐다고 설명하는 당직자도 있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미온적인 민주당에 경고를 보내는 것과 동시에 대권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이 총재와의 관계회복도 노려 볼 만하다.
게다가 이번 회동은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회동사실이 알려지자 정가에서는 당장 한나라당이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에 합의했다는 말이 돌았다. 김 명예총재는 이날 회동에서 어찌됐던 자민련 교섭단체 구성문제에 대한 이 총재의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측은 그러나 "교섭단체에 대해서는 일절 얘기를 않기로 하고 만나는 것"이라며 이같은 관측을 부인했다.
그렇지만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이 자민련을 껴안는 식으로 회동이 이뤄짐에 따라 이날 만남은 향후 정국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가능성은 충분한 것 같다.
李相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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