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후지모리는 '왕따'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대통령은 세계 이민사(移民史)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친다. 일본인 이민 2세. 지난 90년 6월, 61세의 나이로 페루대통령에 당선되자 일본 전역은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자신들의 핏줄을 국가정상에 올린 페루국민들을 위해 '경제원조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될 정도였다. 일본계 대통령의 출현에 대한 자긍심은 물론 또다른 일본계 정치인들의 활약도 집중 조명 하는 등 일본인들의 세계진출의 모델로 삼았다.

후지모리의 부모는 일본 구마모토 출신. 1930년대 초 페루로 이민간것으로 알려져있다. 후지모리는 페루 주립농업대학과 미국 위스콘신대를 졸업, 모교인 페루농업대학에서 학장을 지낸 농업경제학자. 정치입문은 지난 89년 '변화 90'이라는 정당을 스스로 창당하면서다. 90년에 이어 95년 대통령 당선, 올해 5월 세번째로 대통령에 뽑히는 정치 역정은 영광과 오욕의 점철이다.

후지모리 대통령이 집권 3기를 시작하는 오는 28일 취임식에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 정상들이 불참할 정도로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업자득이다. 집권1기 상반기의 인플레진정, 치안안정 등 과정에서 정치적 독단을 서슴지 않았다. 92년 4월 친위쿠데타를 통해 여소야대의 의회를 해산하고 사법부를 봉쇄했다. 단임의 대통령제를 연임이 가능한 새헌법을 만들고, 정권을 유지하는 전형적인 독재자 길로 들어간다. 결국 이 독란은 일본의 현직각료도 취임식을 외면하는 '왕따'를 부른 셈이다.

페루의 정치정세는 우리네의 상황과 어쩌면 닮은 꼴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단임에서 중임으로 하자는 개헌 움직임, 여소야대의 의회는 지난날의 페루 정치구도와 비슷하다. 개혁을 주장하는 인물이 개혁의 대상으로 추락한 후지모리의 정치적 입지는 정치인들에게 주는 경고가 아닌가 싶다. 도마위에 오른 페루 대통령의 여론 조작은 어느 나라건 국민들의 반발을 부른다는 점이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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