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세상이다. 디지털 신호를 기초로 형성된 사이버 공간은 엄청나게 먼 지리적·물리적 공간도 가깝게 만들어 준다. 마우스 하나로 전세계를 넘나들면서 상거래를 하고, 세계 구석구석의 문화·예술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컴퓨터로 연결된 사이버 공간은 이제 단순한 통신 공간이 아니라 생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래서 '전자 민주주의'라는 말도 낯설고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사용자는 1천400만명을 넘어섰으며, 계속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사이버 공간의 위력은 우리 생활에 날이 갈수록 큰 영향력을 뿌리고 있다. 그러나 익명성과 비대면성 매체라는 특성 탓으로 '말의 쓰레기장'으로 변질되는가 하면, 그 부작용도 놀라울 정도로 증폭되고 있는 현실이다. △네티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음란 정보의 유통, 사이버 폭력, 악의적인 비방 등 비윤리적인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된다. 그 파괴력 또한 엄청나 잘못된 정보가 올려졌을 경우 당사자는 해명의 기회조차 가질 겨를도 없이 명예가 실추되곤 한다. 익명성 뒤에 숨어 상대의 인격을 저질 욕설로 비방하고 저주하는 목소리들이 아무 제재도 없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에 자신을 험담한 글 이 떠 고민하던 중2 학생이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 충격을 안겨 줬다. 사이버 토론방에 '귀고리를 하고 머리를 염색하고 다닌다'고 비방한 글이 올려져 친구들과 다투는 등 고민 끝에 일어난 사건이지만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네티즌의 대부분이 10, 2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 항해는 흔히 현실세계에서의 운전에 비유된다. 얌전하던 사람도 운전대를 잡으면 욕쟁이가 돼 버리듯이 인터넷 토론방에만 들어서면 '싸움닭'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무리 익명성을 보장받는다고 하더라도 사이버 공간의 저질 언어폭력은 근절돼야 한다. 비극이 더 확산되기 전에 네티즌들의 양식 회복은 물론 정부와 사회 전체가 그 폐해를 막기 위한 총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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