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 국회의장은 25일 오전 서울 한남동 의장공관에서 '출근저지조'로 편성된 김영구·임인배·맹형규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10여명에게 둘러싸여 국회로 출근하지 못했다.
24일 운영위에서 날치기 처리된 국회법개정안을 여당이 이날 본회의에서 다시 단독처리할 것을 저지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실력행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회법개정안을 비롯, 추경예산안 등을 일괄처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날 한나라당과의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날치기 처리의 변수는 이만섭 의장이다. 본회의 사회권을 갖고 있는 이 의장이 협조하지 않는 한 본회의는 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의장은 25일 오전까지는 "여야가 협상을 더해보라" 며 여권핵심부가 주문하고 있는 '날치기처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 의장은 본회의 사회권을 자민련 소속인 김종호 부의장에게 넘겨주는 것도 주저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국회법개정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이 의장은 "여야총무가 만나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들에게 성의를 보여야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보였다.
여권은 이 의장의 이같은 태도 때문에 속이 타고 있다.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운영위에서 국회법개정안을 날치기처리 했는데도 이 의장이 날치기 '악역'을 회피한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이 의장 스스로 어떻게 의장이 됐는지를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장은 의장 경선에서 민주당(119)과 자민련(17)의 '찰떡 공조'에 민국당 등의 합류로 국회의장에 당선됐다.
민주당 소속인 이 의장이 '사회권이라도 넘겨달라'는 여권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날치기처리에 협조할 것인지 아니면 '날치기는 안한다'는 자신의 이미지를 지킬 것인지 이 의장의 최종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徐明秀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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