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뒷 맛 개운찮은 美軍 '사과'

주한(駐韓) 미군이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이 폭로된 이후 열흘만인 24일 이와관련 한국민에게 공식 사과 했다. 미군이 한국민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한것은 남한 주둔 55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고 보면 나름대로 의미가 없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미군은 사과문에서 책임자 처벌을 끝내 약속하지 않은데다 페트로스키사령관 명의로된 사과 성명을 주한미군 공보실장인 테일러대령이 대독하는등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 미군측이 과연 진심으로 독극물 방류 사건을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게 했다.

요컨대 미군측으로부터 '옆구리 찔러 반(半)절'받는 격의 사과를 받아낸 우리로서는 사과를 받고도 뒷맛이 개운치 않은 어정쩡한 기분임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는 것이다. 테일러 대령이 발표한 성명문에는 독극물 무단 방류에 대한 미군측 잘못을 인정하는 대목이 전혀 없다. 그대신 진상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앞으로 이 같은 사태가 발생치 않게 최상의 조치를 다하겠다는 '막연한'약속으로 얼버무리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테일러 대령은 한술 더 떠 "방류된 독극물 양이 한국 국민의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은 여전하다"고 자극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이번 사건을 보는 미군측의 입장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잘못한것 은 없지만 한미관계가 악화될까봐 어쩔수 없이 사과한다"는 식의 무성의한 자세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군측이 관련자 처벌 문구를 성명서에서 뺀것은 "조사 진행중인 사안을 미리 예단해서 처벌 언급을 하는것은 미국 법률에 위배되기 때문"이라 주장하는것도 사리에 맞지 않다. '잘못이 있으면'처벌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어떻게 미국 법률에 위배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것이다.

미국은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클린턴대통령이 직접 미군의 여학생 성추행 사건과 관련, 주민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했다. 그런데 주한 미군은 주한미군 사령관(슈워츠 대장)도 아닌 8군사령관(페트로스키 중장)을 사과 주체로 내세워서 그나마도 공보실장(테일러 대령)에게 대독시키고 있으니 사과 수준부터 양쪽의 격이 너무나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지 않을수 없다.

우리는 지금까지 독극물 방류사건과 관련, 미군이 보여온 일련의 행동이 비합리적일뿐더러 우방국끼리 있을수 없는 처사임을 지적하면서 다시한번 관련자 처벌과 재발방지등 잘못에 대해 구체적으로 반성 할것을 촉구한다. 여야 국회의원 48명이 관련자 전원을 처벌하고 주한 슈워츠 미군사령관 퇴진을 촉구하고 나선것도 시의에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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