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견문인들의 문화·시·음식 테마 산문집

문화와 시, 음식을 화두로 한 중견 문인들의 테마 산문집이 나란히 선보여 독자들에게 개성있고 깔끔한 글 맛을 선사하고 있다.

소설가 이윤기씨가 문화비평집 '잎만 아름다워도 꽃대접을 받는다'(동아일보사)를, 시인 강은교씨가 시화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문학동네)를 펴냈고, 소설가 양귀자씨가 자신이 직접 경영하고 있는 음식점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을 담은 산문집 '부엌신'(살림)을 책으로 엮어냈다.

'잎만 아름다워도···'는 작가 이윤기씨의 자기 고백이자 삶의 풍경에 대한 해부다. 시사월간지 '신동아'에 2년간 연재한 문화칼럼을 중심으로 29편의 글을 묶었다.

이 산문집에서 작가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많은 우리 사회의 꺼풀들을 하나씩 벗겨내 해부하고, 한국인들의 허위의식과 한국사회를 감싸고 있는 난기류를 특유의 예리한 관찰력과 거침없고 호방한 언어로 짚어낸다. 삶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가 하면, 우리 삶의 구체적인 풍경을 예리하게 때론 유머러스하게 해부하기도 한다.

그의 글은 다양성을 거부하는 보수적 사회와 지역감정, 연줄과 패거리, 허례의식과 전근대적 권위주의, 여성차별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꼬집으면서도 균형있는 시각으로 진단하고 독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구체적인 이야기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간단없이 자유자재로 부리는 그의 글에서 산문읽기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강은교씨는 이번 시화(詩話)집에서 시에 대해 하고픈 모든 이야기를 편지와 일기형식에 실어 들려준다. 시론서이자 시창작 지침서이고, 시 감상 독본서나 자전적 문학서로도 읽힌다.

시인은 감성에 호소하는 직정적인 고백체로 시의 운명과 탄생의 비의를 펼친다. '시란 무엇인가' '시는 어떻게 태어나고 빚어지는가' 등을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논리보다는 감성과 사유를 함께 버무린 시적 에세이로 풀어낸다. 2부에서는 시인이 되기까지 아버지의 영향, 문학소녀적 습작기, '사상계' 등단과정, '창비' 투고 일화, 엘리어트와 박두진의 영향, 시인 자신의 시창작법 등 털어놓기 힘든 내밀한 문학적 자전도 담담하게 술회하고 있다. 이 시화집에서 많은 질문과 답변을 통해 시의 본질과 기원에 닿기 위한 시인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부엌신'은 지난 95년 문을 연 음식점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의 주인 양귀자와 작가 양귀자의 삶에 얽힌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산문집이다.

어머니의 따뜻한 손맛을 잊지 못한 작가가 우여곡절 끝에 장사에 입문하고 자리잡는 과정을 눈으로 보듯이 그려낸다. 세상에 하나뿐인 음식점을 갖고 싶다는 소망, 한 끼 밥의 아름다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세밀함 등 5년동안 작가가 소설 밖에서 화두로 붙잡고 정진해오며 가졌던 간절함과 애살이 글 속에 진하게 묻어 난다.끊임없이 충돌하고 화해하며 결국에는 '진정성'이라는 첫 자리로 되돌아오는, 작가의 마음과 장사꾼의 마음이 만들어내는 생생한 무늬를 이 책에서 발견해낼 수 있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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