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든 아이들. 인터넷 전쟁 게임 얘기가 아니다. 한창 천진난만하게 뛰어 놀아야할 아이들이 전쟁터의 총알받이로 무참히 쓰러져가고 있다. 미국과 구 소련간의 냉전은 끝났지만, 실타래처럼 얽힌 민족.종교 분쟁 등 내전의 피 비린내 나는 살육 현장에서 순진무구한 아이들이 전쟁의 도구로 희생되고 있는 것.
소년병은 아프리카지역의 경우 심각성이 비교적 많이 알려졌으나, 사실이 은폐돼왔던 동남아시아지역에서 어린이 전사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가 심각하다.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소년병 동원 중지 연대'는 24일 "필리핀, 라오스, 인도네시아 무력 분쟁지역에서 소년병이 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단체는 또 "군사정부가 지배하고 있는 미얀마는 세계에서 소년병이 가장 많은 나라"라며 이날 태국 방콕에서 개막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외무장관 회담 참석자들에게 "동남아시아에서 소년병이 근절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18세 미만 소년병이 30여개국 3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엔은 지난 10년간 전쟁으로 200만명의 어린이가 죽고 600만명이 불구가 됐으며 1000만명이 심각한 정신 장애를 겪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과거에도 어린이가 전령 등으로 이용되기는 했으나, 전쟁 무기가 작고 가벼워지면서 어린이들이 전투 요원으로 동원돼 잔인하게 착취당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스리랑카 타밀 반군의 경우 10대 초반의 소년과 소녀를 강제 징집, 몸에 폭탄을 묶은 채 적의 진지로 뛰어들게 하는 등 분쟁지역에서 사람을 죽이고 죽는 아이들이 늘고 있는 것. 캄보디아는 내전을 치르며 자란 소년병들을 해산시키고 사회에 복귀시키는 문제가 앞으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많은 어린이들이 강제 징집이나 납치보다는 가난과 전쟁으로 고아가 돼 생활 수단으로 소년병이 되는 경우가 많아 더 문제"라며 "소년병 근절을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지역 분쟁 완화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金英修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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