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도부 성토 여야 모두 내홍

교섭단체 완화와 관련된 국회법 개정안의 상임위 날치기 통과 이후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모두 내분에 휘말리고 있다.

민주당에선 날치기 처리와 관련,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으며 한나라당에서도 교섭단체요건 완화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정창화 총무의 발언으로 자민련과의 밀약설이 증폭되면서 정창화 총무 인책론은 물론 이회창 총재에 대한 비판여론까지 조성되고 있다.

민주당은 26일 의원총회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지도부의 대야 전략 부재와 날치기 처리를 비판했다. 김영환 의원은 "강행 처리가 자민련의 신뢰를 받는 데는 도움이 됐으나 국민의 비판과 실망에 직면해 있다"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박인상 의원도 국회법의 본회의 처리 무산과 관련, "아침까지만 해도 법대로 원칙대로를 얘기하더니 어떻게 된 일이냐"며 "지도부의 전략 부재와 준비 미흡 때문이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당 지도부가 나서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밀약설을 강조하고 있지만 소속 의원들은 지도부의 전략부재를 성토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의 경우 사단은 정 총무가 이날 오전 열린 총재단 회의와 의총을 통해 "17석을 갖고 있는 자민련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교섭단체 문제를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거듭 밝힌 것이었다. 파문이 일자 이회창 총재는 "우리 당은 지금까지 이 문제를 논의의 대상이라고 거론한 적이 없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으나 정 총무가 오후에 또 다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문제와 관련된 속내를 자세히 털어놓으면서 파문을 더욱 증폭시키게 됐다.

정 총무는 이 자리에서 "총무가 말을 할 때 한 두사람과 상의했겠는가, 터지기 전에 총재와 오랜시간 대화를 나눴다"고 덧붙여 이 총재와 사전 상의가 있었음을 강력 시사했다.

발언 소식을 전해들은 이 총재 측근들은 "정 총무 발언은 자민련 실체에 대한 원론적인 얘기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지만, 상황은 이미 걷잡을 수 없는 게 됐으며 당내 반발을 고조시켰다.

김덕룡 의원은 "대권을 위해 JP만 붙잡으면 된다는 인식이 오늘의 사태를 초래했다"며 "밀약설이 나왔을 때 도깨비에 홀린 줄 알았는데 사실은 지도부에 속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고 총재 측을 강력 비난했다.

이에 앞서 열린 의총에서도 정 총무 발언은 집중 성토 대상이 됐다.

이재오 의원은 "여당의 국회법 개정을 막기 위해 전 의원과 사무처 직원들이 고생을 했는 데 언론에서 제기하는 교섭단체 완화와 관련된 밀약설, 음모설은 어떻게 된 것이냐"고 따진 뒤 "우리가 논산 훈련소 졸병이냐"고 지도부를 몰아 붙였다. 서청원 의원은 "이 자리의 아무도 자민련이 교섭단체가 되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고 못박은 뒤 정 총무의 사과를 요구했다.

徐奉大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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