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정치가 무슨 장난인가

우리나라 취업자중 약 85%가 만성피로감에 젖어 있다고 한다. 또 현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일부 개혁에 대해 국민들은 심한 불신을 하고 있다고도 한다. 이는 통계청의 국민생활조사 결과이고 국무총리 자문기관인 정책평가위원회가 내각에 충고한 공식문서 내용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지금 국민들은 개혁피로감에 지쳐있고 그 개혁자체가 신뢰감을 상실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 원인이 개혁정책결정 과정이 투명하질 못하고 공정성을 상실한데다 그 집행에서도 일관성을 잃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흔들리는 대한민국

말하자면 지금 우리는 정부따로, 국민따로, 제각각으로 돌아가고 있고 정부는 그래도 "우리가 옳다"며 우이독경(牛耳讀經)인 것이다. 그럼 왜 이런 괴리현상이 나타나는가. 그건 다름아닌 바로 '말바꾸기 정치'의 소산이다. 쉽게 말해 정치나 행정이나 '거짓말'을 너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하면서도 '참말이요' 하는 형국에 어느 국민들이 속아 넘어가겠는가. 거짓말도 앞뒤가 맞아야 수긍이라도 간다. 그 단적인 실례가 바로 엊그제 '국회 날치기' 사건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국가최고통치권자이기도 하지만 여당 총재이기도 하다.

지난 총선에서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의석을 국민들이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전체 투표성향은 야당쪽에 더 많은 지지를 했다. 이 결과는 여당이 독주하지 말고 야당과의 협의로 국정을 수행해 달라는 '준엄한 명령'이기도 하다. 그래서 김대통령은 국민을 하늘같이 받들고 정치을 하겠다고 했었다. 자민련이 야당을 표방하고 분투했지만 국민들은 그에 속지 않고 50여석을 단 17석으로 확 줄인건 더이상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지 말고 진정 국민을 위해 각자가 소신있게 처신해 달라는 충고를 내린 것이다. 쉽게말해 여.야를 넘나드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버리라는 국민들의 경고였다.

그런데 그런 구도를 확 엎어버리고 국회법을 고쳐서라도 교섭단체로 만들어 여당쪽으로 편입하려는 날치기를 감행한 것이다. 이건 국민을 하늘로 받드는게 아니라 숫제 자유당시절의 '핫바지'로 취급하겠다는 능멸에 다름 아니다. 이게 거짓말 정치이지 뭔가. 이게 여당이나 현 정권의 기본 생각이자 철학이라면 그들이 펴는 개혁정책이 설사 옳다해도 자연 불신을 살 수밖에 없잖은가.

자민련쪽의 국회부의장이란 인사가 취한 행태는 이게 정치인지, 장난인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양말에 셔츠바람으로 부엌 방충망을 뜯고 도망을 쳤다가 야당의원들에게 붙잡힌 형국을 보면서 국민들은 정말 정치에 신물이 났고 거의 절망했을 것이다. 그런 졸렬한 행동이 정치고단수(高段手)란 말인가. 시쳇말로 우리정치권에서 퇴출돼야할 1호 대상이 아닌가. 그에게 표를 던진 국민들이 아마 후회막급이었을게다.

그 당을 책임지고 있는 JP는 어떤가. 한때는 구국일념으로 쿠데타를 일으켰고 바로 엊그제까지 총리를 지낸 그가 수해지역에서 골프를 치질않나, 괴상한 선문답(禪門答)형태로 정치를 농단하고 있잖은가. 차기대권구도 탓에 '그의 몸값이 금값'이라는 말이 웬말인지, 정말 국민을 무시해도 유분수이다. 국민들의 표없이 그가 존재 할 수 있는가. 정말 무슨 정치가 이모양인지 외국사람보기가 민망하다. 정치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지금 30, 40대는 마약에 취해 살인까지 하고 젊은 유학생은 환각파티요, 룸살롱은 '벤처와 코스닥거품'으로 흥청망청이다. 학생들은 여교사의 나체사진을 조작, 인터넷에 올려 시험문제를 알려달라는 협박을 하고 어른들은 여중.여고생과의 원조교제에 미쳐있다가 거꾸로 그녀들을 '꽃뱀'으로 만들어 협박 당하고 있다. 그새 그 부인들은'애인 한 둘 없으면 바보'라는 소리를 듣는 세상이다. 의약계도, 노동계도, 학계도 심지어 공무원들까지 들고 일어서고 있다. 군(軍)도 썩고있다. 정치가 이 모양이니 그럴수밖에…. 정말 나라가 흔들린다. 이미 조국이 싫다고 이민간 국가대표선수도 있잖았는가. '거짓말 정치'부터 이젠 그만하라.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인도네시아에선 보다못해 초등학생들이 "정치인 아저씨들 싸움 좀 그만하세요"라며 일어섰다고 한다. 남의 일같지가 않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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