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지위협정(SOFA) 전면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한·미 양국이 내달 2일 개정협상을 재개한다.
양국은 지난 95년 11월부터 96년 9월까지 7차례에 걸쳐 SOFA 개정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으나 현격한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해 협상을 중단했었다.
그러나 지난 5월말 미국이 전달한 협상안을 볼때 SOFA 개정의 폭과 내용에 관한 양측의 이견은 아직까지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최종 타결을 위해선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국은 SOFA 개정협상에서 형사재판관할권 문제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환경, 노무, 검역 등의 분야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은 SOFA 전면 개정을 요구하는 한국민들의 여론이 갈수록 고조되는 가운데 독극물 방류사건이 터지자 환경, 검역 등의 분야도 협상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너무 광범위하게 다룰 경우 합의가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 미국 대사는 지난 5월31일 환경, 노무 문제는 아예 거론하지도 않은 채 형사재판관할권 문제만을 포함한 협상안을 우리측에 전달했었다.
더구나 미국은 미군피의자의 신병인도시기를 법원 확정판결에서 검찰 기소시점으로 앞당기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한국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까다로운 전제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과연 협상 타결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법정형량 3년이하의 범죄에 대한 한국측의 재판관할권 포기 △피의자 대질신문권 보장 △재판권 행사 대상 중대범죄의 조문화 등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재판관할권 포기는 '주권'에 관한 문제로 한국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또 "미군 피의자의 신병이 한국측에 넘겨진 이후 법적 권리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측에 피의자의 신병인도를 요청할 수 있고, 한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관련 규정의 효력을 정지시킨다"는 무리한 내용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최근 SOFA가 '차별적인'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다며 개정 필요성을 강도높게 언급하는 등 우리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다, 이 문제로 인해 반미감정이 고조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측도 과거보다는 유연한 협상자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측의 협상안은 '안'에 불과하다"고 강조, 향후 협상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 51년 처음 체결됐고 67년 정식 발효된 SOFA는 지난 91년 개정 당시 '상호주의' 원칙하에 손질됐으나 합의 의사록과 개정양해사항 등 2개 부속문서가 본협정의 효력을 크게 제한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불평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SOFA에는 환경오염 제거 비용 부담, 환경정보 공개 등 엄격한 환경 관련 규정을 두고 있는 미국과 유럽국가들간의 협정과는 달리 아예 '환경'이라는 용어가 들어간 조항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밖에 미군기지내 한국인 노동자의 쟁의행위를 최소한 70일 동안 금지하는 등 미군과 계약을 맺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규정과 관세 면제 및 검역 관련 조항들도 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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