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공동선언 실현을 위해 열리는 남북장관급 회담이 북한측의 불성실한 태도와 남한측의 잘못된 대응 때문에 빗나가고 있는 느낌이다. 북한측은 이번 회담수석대표로 차관급인 전금진(全今鎭)을 내세워 우리측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과 격이 맞지 않게 김을 빼고 있다. 아무리 전금진이 아태평화위부위원장으로 북한권력 핵심부의 실세라 할지라도 남한측이 장관을 수석대표로 내세운데 비해 기껏 차관급을 대표로 내보낸 북한측 처사는 온당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측이 당초 29일로 예정된 회담 개최일자를 27일에는 하루 늦추자고 했다가 28일날은 당초 예정대로 개최할 것을 요구하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북한은 이미 지난 6월 정상회담을 일방 연기했고 6월23일 판문점 개최예정인 적십자회담도 6월27일 금강산으로 마음대로 변경 통고 하는 등 외교상 변칙(變則)을 자행함으로써 "이러고서야 북한을 믿을 수 있을 것인가"하는 의구심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측은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통일과 사회·문화교류는 물론 한반도 긴장완화와 경협에 큰 비중을 두고 군사핫라인 가설과 경의선 복원, 이중과세방지협정, 투자보장등을 집중 논의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 결과 대표단을 통일부, 문화부, 국방부, 재경부를 망라해서 구성했던 것이다. 이에비해 막상 우리측에 통보된 북한측의 명단은 우선 격(格)이 떨어지는데다 몇차례 남북회담에 참석한 강성인물들이다. 게다가 군부인사나 경제전문가가 한명도 없어 과연 저들이 평화체제나 남북 경협에 얼마만큼 관심이 있는지 실망스럽다.
북한측이 이번 장관급회담에 임하는 이같은 태도로 미루어 회담의 주(主)의제인 경협과 긴장완화 문제는 제쳐두고 통일 논의나 남북대화의 성격 문제로 입씨름이나 벌일까 걱정인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장관급 회담은 6·15공동선언의 실천을 위한 첫 실무 협상이다. 남북화해와 협력시대를 향한 첫걸음이 기껏 북한이 지금까지 되풀이 해온 이른바 "남북대화는 7·4공동성명의 3대원칙을 기초로 진행돼야 한다"는 식의 구태의연한 주장을 둘러싸고 논쟁이나 벌여서는 안될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외교 관례에 어긋난 이러한 '무성의'를 지적하면서 동시에 정부의 무원칙한 대북(對北) 정책을 나무라고자 한다.
당국자회담을 하기로 했으면 주제를 무엇으로 하고 수석 대표는 어떤 급으로 할것인지, 대표단은 구성을 어떻게할것인지 사전에 조율하는것이 상식이다. 그런데도 명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뜻밖의 명단을 북으로부터 받고 당황하는 식의 미숙한 외교를 국민들이 언제까지나 감내하기를 바란대서야 말이 안된다. 남북 모두가 좀더 성실하고 당당한 자세로 대화의 물꼬를 틔워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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