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 군사·경제전문가는 제외

북한 대표단의 입경(入京) 일정이 혼선을 빚으면서 하루 순연 가능성이 점쳐지던 남북 장관급 회담이 29일부터 정상적으로 개최됐다.

이번 회담은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를 논의하는 첫 고위급 회담이어서 회담시기와 대표단 면면 등 모두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북측이 회담을 하루 앞둔 시점까지 입경 시기를 구체화 하지 않으면서 회담일정에 적잖은 혼선이 빚어졌다.

결국 북측이 28일 오후에야 회담에 정상적으로 임할 수 있다는 회신을 보내와 회담 연기 소동은 일단락됐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북측 대표단의 입경 방법과 시기조차 명시하지 못한 채 회담 개최에만 열을 올린 정부에 '준비소홀'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그러나 어찌됐든 이번 남북장관급 회담은 6·15 공동선언의 후속조치를 논의한다는 차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우리 측은 이번 회담에서 경제, 국방, 문화 등 각 분야에서 남북한의 신뢰구축 조치와 교류협력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투자보장 협정, 이중과세 방지협정 등 경제협력을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과 군사직통전화 설치, 남북연락사무소 기능 복원, 시드니 올림픽 공동입장, 경의선·경원선 철도 연결, 임진강 수해방지대책 등이 논의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남측 입장과 달리 북측 협상전략에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북측 대표단의 면면을 볼 때 양측 관심분야가 서로 다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북측이 대표단에 군사, 경제분야 책임자를 포함시키지 않음으로써 남측이 기대하는 군사적 긴장완화와 경제협력체제 구축에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이다.

군사문제의 경우 북한은 주한미군과 실질적인 군사작전권을 쥐고 있는 미국과의 문제로 판단하고 있고 경협 역시 남측이 북한의 일방적인 개방의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군사와 경제분야에 대해 양측이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군사문제의 경우 북한은 남북문제의 핵심은 북한과 미국간의 군사적 대치상태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주한미군 문제와 실질적인 군사작전권 문제, 한반도 긴장완화 문제는 북한과 미국간의 담판으로 결론을 내야 한다는 것이 북한의 일관된 주장이다.

경제협력문제 역시 남측이 남북한간의 '경제교류와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남북 양측 경제구조를 통합 내지는 공통화시키겠다는 의도에 대해 북측은 형식과 내용면에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측은 남북간 경제 교류는 청산결제나 이중과세 방지 등 국가대 국가간의 거래방식 보다는 '민족 내부 거래'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며 내용상으로도 '협력'을 통해 북측 경제의 남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바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남북경제협력 문제가 논의되더라도 양측 정부의 경제 관계자들이 마주 앉아 밀고 당기며 협상하기 보다는 대남 사업을 총괄하는 관계자들이 나서서 논의를 진행하려는 것이 북측의 의도로 파악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 회담은 남북정상회담, 적십자회담에 이어 남북 당국간 대화의 틀을 복원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의 중대한 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李相坤기자 leesk@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