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구조조정, 그동안 뭘했나

정부가 최근 내놓은 2단계 기업구조조정방안은 환란이후 엄청난 공적자금을 쏟아부어가며 추진해온 기업·금융 구조조정의 실적이 외형적 통계치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부진한 상태임을 드러낸 측면이 있다. 현대그룹의 유동성위기 사태가 현대의 구조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서 비롯됐고 기업·금융의 잠재부실이 정부의 발표보다 민간연구기관의 집계에서 엄청나게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난 것이 이를 실증하는 사례라 하겠다. 정부는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의 부실채권통계에 대해 통계산정의 방식이 적절하지 못해 부실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비판했지만 오늘 정부에 보고된 16대재벌기업들의 결합재무제표 내용에서도 이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삼성을 제외한 대부분 재벌들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섰다는 것이 구조조정이 얼마나 부진했는지를 또한번 드러낸 것이다.

물론 재벌기업에 대한 결합재무제표의 의무화는 외국에도 없는 제도로 우리나라 기업에만 지나치게 가혹한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우리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가져온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에 드러난 결합재무제표의 영향이 실질적으로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보다 우리 기업의 대외신인도하락으로 기업환경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문제는 경우에 따라 재검토를 하더라도 기업집단 최초로 실시해본 결합재무제표의 내용은 이들 기업의 심각한 자기반성과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목표를 보다 명확히 해주는 것이다.

특히 이번 결합재무제표는 정부가 이전에 4대그룹은 부채비율 200%를 달성했다며 재벌개혁의 성과를 자랑했던 것이 허구였음을 보여준 것이 두드러진다. 금융부채를 빼고도 현대는 부채비율이 229.7%, LG가 270%, SK가 220%로 드러난 것은 연결재무제표에서 각각 181%, 184.2%, 161%였던데 비해 재벌의 초라한 실상을 보여준다. 순이익에서도 현대는 당초 2조원으로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745억원에 불과해 1천원어치를 팔아 겨우 1원남짓의 이익을 낸 셈이다. 이는 계열사간의 상호출자가 얼마나 심하게 얽혀있는지, 매출과 순이익이 얼마나 실제보다 부풀려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이같은 사례들은 그동안 정부의 기업·금융구조조정이 불명확한 현실파악위에서 추진돼왔음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는 현대사태에서 보듯이 더이상 기업구조조정을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2차구조조정 방안에서 정부가 강경추진의 의지를 보이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금감위에 현장조사권까지 부여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고 현대유동성위기 처리에도 석연찮은 점이 있는 것은 검토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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