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약 21세기 중반 대혁신 준비

알약 하나만 먹으면 암이나 에이즈가 치료되는 세상. 이밖에 치명적인 질병은 아니더라도 생활에 불편을 주는 대머리, 비만 등을 깔끔하게 해결해주는 약이 개발된다면. 미래학자들은 21세기 중반쯤엔 이런 약들이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 유전자의 염기배열이 밝혀짐에 따라 가장 기대되는 효과 중 하나는 부작용없는 신약 개발이다. 그러나 이런 신약 개발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려운 확률과의 싸움이다. 신약(新藥)은 화학적인 합성이나 천연물 추출을 통해 얻어진 신물질이 특허를 받고 약효와 물성시험, 동물시험, 임상시험을 거쳐 보건당국(한국은 식품의약품안전청, 미국은 FDA)의 제조 승인을 받은 의약품을 말한다.

신약은 우선 질병이 발생하거나 확산되는 메커니즘을 정확히 알아낸 뒤 이를 예방하고 억제할 수 있는 적합한 천연물질 또는 이를 대체할 화학물질을 찾아내는 작업에서 시작한다. 운이 좋아 이런 물질을 찾아낸다 하더라도 대량 생산이 안된다거나 인체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면 신약으로서 가치는 없는 셈이다.

외국 사례를 볼 때 보통 신약 1개 제품을 개발하는 데 걸리는 평균 기간은 10년 정도. 예산은 2천억원 이상이 투입된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소비해도 개발에 성공할 확률은 5천분의 1~1만분의 1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사운을 건 도박인 셈.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료에 따르면 지난 76~78년 사이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허가를 받은 174개 화합물 중 10년이 지난 87년까지 계속 연구되고 있는 물질은 22개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신약 개발 후보에서 탈락된 것이다.

그렇다면 제약사들이 이처럼 위험한 모험에 매달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일단 성공하면 상상을 뛰어넘는 부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한번 개발하면 15년간 유효한 특허기간 동안 신약에 대한 독점권을 보장받기 때문에 떼돈을 벌 수 있다.

미국 화이자사가 개발한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의 경우 개발된 해에 1년간 세계 50여개국에서 약 8억달러(8천800억원)어치가 팔렸으며, 2002년에는 1억5천만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약 100억달러(11조1천억원)어치가 팔릴 전망이다. 일단 개발만 되면 이후 생산에 따른 마진율이 높아 제약사에 돌아오는 이익은 엄청나다.

세계 10위권내 초대형 제약사들이 매년 신약 개발을 위해 쏟아붓는 돈은 업체마다 매출액의 10~20%에 해당하는 2조원 가량. 10개사를 합치면 연간 20조원이란 천문학적인 돈이 새로운 약을 찾아내는 데 쓰이고 있는 셈이다. 신약이 실험실에서 우연히 개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1개 신약이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 화학자, 약리학자, 독성학자, 생화학자, 약화학자, 임상약리학자 등의 총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안타까운 점은 국내에선 지난해 7월 국내 최초의 신약인 항암제 '선플라'를 제외하곤 신약 개발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외국 제품을 로열티를 주고 들여와 생산, 판매하는 데 익숙해 있고 이를 통한 영업이익이 워낙 짭짤하다보니 굳이 힘들여 신약 개발을 할 필요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20세기가 암이나 에이즈에 맞서 싸운 시대인데 비해 21세기는 치매와 같은 뇌질환과 대항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약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제약사들의 경우 올해 총 연구개발비 240억달러 중 가장 많은 26%를 알츠하이머형 치매, 정신분열증, 우울증, 간질, 파킨슨씨병 등 뇌신경계 질환에 투자하고 있다. 뒤를 이어 암, 골다공증, 당뇨병 등 악성종양 및 대사장애 분야(21%), 심장순환계 질환(15%), 각종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성 질환 분야(14%) 등이 있다.

수많은 의학 업적을 통해 인체의 비밀이 많이 밝혀졌지만 아직 뇌는 상대적으로 미개척분야로 남아있다.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에 발병, 세간에 널리 알려진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경우 2012년쯤 발병 메커니즘이 완전히 밝혀져 2015년쯤 유전자 작동원리가 알려질 것으로 미래학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0년엔 먹는 약이 개발돼 치료율이 95%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21세기엔 삶의 질을 개선하는 신약이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가 그 선두격. 앞으론 여성의 성기능 부전을 치료하는 약물이 개발돼 이른바 '여성용 비아그라'가 시판될지도 모른다.

대머리 치료제도 관심 분야 중 하나다. 현재 대머리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은 약은 두 가지. 미국 머크사가 개발한 피나스테라이드와 업존사가 만든 미녹시딜이다. 그러나 아직 이들 약품도 완전한 효과를 보장하진 못한다.

또 뚱뚱한 몸을 알약 하나로 날씬하게 바꿔주는 비만치료제의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지금껏 개발된 비만치료제는 주로 과도한 영양섭취를 소화계에서 흡수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 이밖에 우울증 치료제, 월경전 증후군 치료제, 피부의 노화방지제, 기억력 증강제 등도 21세기 삶의 질을 높여줄 신약으로 기대되는 제품들이다.

金秀用기자 ksy@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