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나친 반미운동 국익에 도움 안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사회 일각의 반미(反美) 분위기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것은 '반미'와 '비미(批美)'는 구별돼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노근리 사건, 매향리 사건, 주한미군 독극물 한강 무단방류 사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불평등 조항 등으로 인해 우리 국민들의 미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것이 반미감정으로 확대되는 것은 국익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특히 최근들어 사회 일각에서 주한미군 철수 등의 주장이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는데 대해 매우 우려할만한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김 대통령이 반미 분위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준영(朴晙瑩) 대변인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반미 분위기 확산을 경계해 왔고 지난 6월29일 3군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한.미 협력관계를 강조하는 취지의 연설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에만 주한미군 3명이 폭행을 당하는 등 반미분위기가 갈수록 고조되고 이에따라 미국측이 미국인의 한국여행 자제를 요청하는 사태가 초래되자 다시한번 반미감정을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이 한.미 관계를 보는 시각은 명확하다. 6.25때 3만7천여명의 희생자를 내면서 우리를 지키는 데 기여했고, 초토화된 경제를 재건하는데도 미국이 큰 역할을 했으며,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때도 미국의 지원이 없이는 극복이 불가능했을뿐 아니라 무역.투자.국제관계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은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중요한 협력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이후 그 역할에 관해 성급한 논란이 일고 있는 주한미군은 통일이 된 후에도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김대통령의 지론이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미군의 잘못이 있지만 미국과 미군의 역할을 잊어서는 안되며 오늘만 보고 얘기해서도 안된다"면서 "김 대통령은 우리 국민과 민족을 위해 좋은 의미로 미국의 역할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김 대통령은 그러나 미국측에 요구할 것이 있으면 요구하고 비판할 것이 있으면 비판하는 자세는 견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LA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SOFA에 대해 '차별적'이라고 지적한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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