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OK눈맞춤

만남. 참 기분좋은 일이다.우리는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 속에 살고 있다.

이별보다는 재회가 더욱 어렵다는 사실은 누구나 한번쯤 느꼈을 것이다.

오는 15일이면 남북 이산가족들의 '만남의 장'이 펼쳐진다.

무릇 강산이 다섯번이나 바뀐 50년이란 기나긴 세월을 참고 기다려 왔던 사람들의 '가슴 벅찬 만남'이 한민족 모두의 마음을 덜떠게 하고 있다.

광복55주년. 일제(日帝) 압박의 사슬을 끊었던 그날에 우리는 한 핏줄의 고리를 다시 연결하는 민족적 빅 이벤트를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가진다.

비극의 세월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치적 이념이나 사상을 뛰어넘어 남북의 가족들이 서로 껴안는 '환희의 징검다리'를 계속 놓아야 할 시점이다.

흩어진 남북 이산가족들의 감동적인 만남이 설레임 속에 기다려지고 있는 가운데 엊그제 대구에서 가슴이 꿍꽝거리는 조그마한, 그러나 뜻깊은 만남이 있었다.

첫 대면에서부터 그들의 눈에서는 섬광같은 불꽃이 일었다.

모든 지식을 몽땅 주려는 스승의 혜안의 눈빛과 한 가지라도 더 가져 보려는 학생의 갈망의 눈빛이 맞닥뜨리면서 일어난 이심전심(以心傳心)의 결정체, 바로 그것이 번뜩이는 불꽃이었다.

매일신문이 창간54주년 기념 특별사업으로 펼치고 있는'학습봉사단' 출범식때 스승과 제자들간의 만남의 장면이다.

희망의 눈길이 마주치는 순간이었다.

세월이 흐르면 알토란같은 결실을 약속하는 자리였다.

스승들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실력을 향상시킬까'하고 고뇌하는 자리였고,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훌륭한 강의를 어떻게 소화할까'하고 고민하는 자리였다. 매일신문사는 과외허용이후 위기를 맞고 있는 공교육을 바로 세우고, 학원수강 등 사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된 학생들을 도울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마침 지난 5월말 일부 퇴직교사들이 '우리가 나서서 가르쳐 보겠다'며 '학습봉사'의 뜻을 본사에 제안했다.

이에 본사는 '교육기회의 평등'을 기치로 이들과 함께 공교육에서 미처 메우지 못한 부분을 채워 주기위해 우선 고교 1, 2학년생을 대상으로 '학습봉사단'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지난 7월초'학습봉사단'운영 보도가 나가자 대구시내를 비롯 안동.청도 등 경북도내에서 참여를 희망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형편이 어려워 아들을 학원에도 못보냈는데…"하며 꼭 수강할 기회를 달라는 애절한 학부모의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흐르기도 했다.

이렇게 '학습봉사단'은 출범했다. 여름방학 기간중 실시되는 1차 학습봉사 활동은 참여한 선생님들의 열강과 학생들의 진지한 수강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열정은 이글거리는 한 여름의 태양보다 더 뜨겁다. 비록 교단은 떠났지만 늘 학교교육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하는 열성파요, 실력파들이기에….

선생님들은 현직에서 못다 한 제자 사랑을 '뜻밖에 만난 제자'들에게 몽땅 쏟겠다는 열의를 보이고 있어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는 실정. 땀의 결실을 꼭 학생들에게 쥐어주고 싶은 게 선생님들의 마음이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도 몰려오는 낮잠을 물리치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최고 선생님'의 '명강의'를 경청하며 찾아온 행운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더불어 하는 교육'의 새 이정표를 세운 '학습봉사단'.

공부도 일종의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배가 고파서 밥을 찾는 아이들에게 음식을 주듯 배움에 굶주린 학생들에게도 교육의 터전은 제공돼야 한다.

사교육의 열풍이 너무 뜨겁다. 학부모들의 가슴이 데일 정도이다.

학교가 바로 서면 이런 상처는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 '교육 바로세우기'에 동참하면 선생님과 제자들간의 "됐냐", "됐습니다"의 'OK 눈맞춤'이 이뤄지지 않을까. 柳海錫 사회2부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