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증권.삼성투신 연내 합병 가시화

자금.稅收.고용 등 악영향삼성증권과 삼성투자신탁증권이 연내 합병을 추진하고 있어 지역 경제계에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대구에 본사를 둔 삼성투신이 삼성증권에 합병되면 지역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고 세수가 주는 등 지역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특히 IMF 이후 대동은행 등 지역에 본사를 둔 금융기관이 잇따라 퇴출된 뒤여서 삼성투신마저 사라질 경우 지역 금융기반은 붕괴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다.

▲연내 합병추진

삼성증권은 삼성투신과 합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합병 작업이 거의 성사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 한 관계자는 "양사 합병은 이미 결정된 사항으로 알고 있다"며 "합병작업에 가속도가 붙은 상태"라고 했다. 삼성투신측도 "합병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는 도출됐으며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현안에 대한 확인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과 삼성투신의 합병은 동양투신이 삼성그룹에 인수된 98년 이후 수차례 제기됐다. 양사간 업무 중복으로 비용이 과다 발생해 이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합병해야 한다는 의견이 흘러나왔던 것.

최근엔 합병할 경우 증권영업이 강화되고 영업망 측면에서 국내 최대 증권사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생명이 영남종금 인수를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삼성이 지역 금융기관 상당수를 아우르는 큰 틀의 금융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주주반발이 걸림돌

양사가 합병하려면 이사회 결의→합병 계약→주총 통과→채권자 보호 절차→합병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합병 비율 산출→금감위 인가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중 가장 큰 문제는 양사의 합병비율. 1일 종가를 기준으로 하면 삼성증권과 삼성투신의 비율은 약 4.6대 1(20,000원:4,330원)정도다. 정밀 실사과정을 거쳐 합병비율이 산출되겠지만 합병비율이 4대1 이상을 넘어 삼성투신 주식 4~6주를 삼성증권 1주와 교환하게 되면 삼성투신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반면 4대1 이하로 결정된다면 삼성증권의 불만이 높아질 전망.

삼성투신의 부실처리도 난제다. 삼성투신은 대우담보 CP손실을 포함해 부실규모가 420여억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삼성증권도 합병부담액을 442억원정도로 추산했다. 그러나 미매각 수익증권, 환매협상 미타결 잔고 등의 부실위험을 안고 있어 삼성그룹의 지원을 받지 않는 한 부실을 주주들이 떠 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주 합병검토중이란 사실이 알려진 뒤 양사의 주가가 동반하락한 것은 이같은 문제를 시장이 잘 알고 있다는 증거. 일부 주주들은 "삼성이 양사의 주가가 폭락한 틈을 타 헐값에 합병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대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수천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합병의 걸림돌이다.

▲지역경제 피해 우려

지역에 본사를 둔 금융기관이 잇따라 퇴출되고 영남종금이 영업정지된 가운데 삼성투신마저 삼성증권에 합병되면 지역의 금융환경은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여신 기능은 없으나 지역기업의 회사채 매입 등을 통해 지역경제에 기여해왔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합병으로 삼성투신이 지역을 떠난다면 지역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져 자금난이 한층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투신이 냈던 각종 세금과 인력채용도 서울로 옮겨갈 것으로 보여 이에 따른 피해도 우려된다.

지역 경제인과 시도민들이 힘을 합쳐 지난 89년 탄생시켰던 삼성투신이 삼성증권에 합병될 경우 지역민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이같은 실질적인 피해 이상의 것으로 매우 심각할 전망이다.

李大現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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