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온 비로 계곡 물이 꽤나 불었다.경남 거창에서 16㎞ 떨어진 수승대. 피서객들로 빼곡이 들어찬 계곡 옆의 야외 연극무대가 묘한 흥분감을 던져준다. 천막의 빨간색 때문일까.
여름만 되면 거창은 바쁘다. 12번째 맞는 '거창 국제연극제(8월1일~15일)'. 인구 7만2천명의 군단위에서 열리는 연극 잔치로는 큰 규모다. 올해는 해외 4개국 5개 팀, 국내 20개 팀이 참가, 모두 25편의 연극을 선보인다.
'자연+인간=예술'. 자연과 함께 하는 연극무대. 덕유산에서 뻗어 나온 빼어난 풍광, 맑은 물. 이종일(48) 집행위원장은 "거창만이 할 수 있는 국제연극제"라고 했다. 거창 시내 1곳의 소극장을 제외하곤 모두 야외무대다.
◈◈대부분 야외무대 공연
관객들도 대부분 피서객들이다. 피서와 연극 감상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연극제. 경남이지만 대구문화권이다 보니 대구관객이 특히 많다. 지난해 관객은 3만 5천명. 올해는 5만명을 예상하고 있다.
12회째를 맞지만 국제연극제의 모양새를 갖추기는 지난 95년부터. 올해는 프랑스 일본 나이지리아 이탈리아 팀이 참가했다.
일본 쿠나우카극단의 '오이디푸스 왕'(연출 미야기 사토시)은 일본 전통 가부키를 그리스 비극과 접목시켜 동양화시킨 것이 특징. 2인 1역이라는 특이한 형태의 연극을 선보인다. 앉은 채로 대사를 말하는 배우(speaker)와 인형처럼 무표정하게 동작만 하는 배우(mover)가 한 역을 맡는 것. 그리스비극의 장엄함이 평범을 초월한 무대효과로 더욱 신비로운 맛을 자아낸다.
나이지리아는 오랜 프랑스 식민지를 겪으면서 어느 나라보다 강한 사랑과 화해, 용서의 몸짓이 연극에 묻어나는 나라다. 극단 로메의 '진실의 저편에'(연출 개탄 노우소우글로)도 삶에 찌든 인간군상의 가식과 허위를 진지하게 그려내고 있다. 빈민가를 무대로 창녀와 그의 기둥서방인 신학교 학생, 몽상가, 소매치기, 특종을 노리는 기자 등이 나와 나이지리아 현실을 예리하게 꼬집는다.
◈◈외국 5개·국내 20개팀
20편의 국내 출품작을 요약하면 '연륜'과 '패기'로 나뉘어진다. 극단 성좌, 연희단거리패 등 명성있는 극단의 관록과 '독립극장''청우''지구연극연구소''이다' 등 새로 창단된 극단의 신선함이 함께 보이는 것.
극단 독립극장의 '황순원의 소나기, 그리고 그 이후'(연출 류근혜)는 말초적 자극을 추구하는 최근 연극계의 추세에 반기를 든 순수극. '이념적, 미학적, 관행적 편견을 거부한다'는 모토처럼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의 주인공이 성장해 세상속에 묻혀 있는 순수를 확인한다.
이종일 집행위원장이 대표로 있는 극단 입체의 '초분'(이종일 연출)은 올해 프랑스 아비뇽 연극제 출품작이다. 고립된 섬을 배경으로 질서를 지키기 위한 죄수와 주민들의 갈등을 그린 작품.
밀양에 둥지를 튼 연희단거리패의 '햄릿'에서는 셰익스피어극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듯. 최근 경주문화엑스포 주제 공연작 '도솔가'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이승헌씨가 햄릿, 대구 출신 연극배우 김소희씨가 왕비역을 맡았다.
◈◈'연극교실'등 행사도 풍성
소리와 소음의 경계를 무너뜨려 이미 세계적인 레퍼토리가 된 '난타'(연출 이광호), 그로테스크한 실험극 'I am 프랑켄슈타인'(호모루덴스 남긍호 컴퍼니), 서도소리의 참멋을 접할 수 있는 박정욱씨의 '배뱅이 굿' 등 다양한 무대 퍼포먼스도 선보인다.
부대 행사도 펼쳐진다. 박미선씨의 마임 '나의 모습', 봉산탈춤 공연과 함께 '아시아 전통연희의 연기 양식과 현대적 수용-인도, 일본, 중국, 한국'을 주제로 한 세미나, '일본 무용의 고전 동작''일본 무용의 표현상의 특징' 발표회도 열린다.수승대 일원에서는 연극인들의 연수와 교사와 청소년이 함께 하는 연극교실이, 수승대 잔디마당에서는 '무대 미술 설치전'도 열린다.
수승대 공연의 경우 매공연 1시간전 거창읍 로터리에서 셔틀버스가 출발한다. 문의 055)944-0804. 일반 7천원, 학생 3천500원.
金重基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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