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 부시 당선때 한반도 정책

올 가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가 승리할 경우, 과연 해빙 기류를 타고 있는 한반도의 분위기까지 달라질 것인가? 필라델피아에서 열리고 있는 전당대회에서 공화당이 채택한 정강의 한반도 관련 내용이 지금까지 클린턴 대통령의 대 북한 포용정책과는 달리 강경 일변도적 인상을 짙게 풍겨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미국 대선 과정에서 민주.공화 양당이 보이는 뚜렷한 정책방향의 대조가 선거 이후에는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하게 되는 것이 다반사였고, 또 현실을 감안할 때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부시 지사의 선거 공약이 될 새 정강에서 한국은 귀중한 민주 동맹국인데 반해, 북한은 "국제체제 밖의 존재"라고 규정하면서 "한반도에서의 침략"을 저지할 것임을 선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화당은 한국전쟁 발발 50년이 지난 후에도 '잊혀진 전쟁'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미국인들의 침략 저지 태세'를 강조했다. 이것은 공화당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북한을 여전히 '침략국'으로 보고 강경정책을 펴 나갈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클린턴 대통령의 민주당 행정부 태도와 많이 다른 것이다. 클린턴은 1992년 집권 이후 북한과의 과거 관계는 일단 접어두고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들인다는 목표 아래 일정 범위 내에서 채찍 보다는 당근을 이용하는 정책을 펴왔다.

반면 공화당은 또 대량파괴 무기와 관련해서도 클린턴 행정부가 얼마 전 폐기한 용어인 '불량국가'의 범주에 이란.이라크 등과 함께 북한을 포함시키면서, 이들 국가의 핵 및 미사일 등의 확산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부시 지사가 대통령 선거에 나선 이후 외교와 안보 문제에 '무지'하다는 비판과 조롱을 받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강에 반영된 그의 생각이란 교육.보건.세금 등 주로 국내적 사안들에 국한됐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 정책을 포함한 외교.안보 문제에 관한 공화당 정강은 부시지사를 에워싸고 있는 강경파 인사들의 입장과 견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부 관측통들은 클린턴 행정부 하에서 고어 부통령이 환경정책을 주도하는 등 부통령의 역할이 달라졌음을 지적하면서, 부시 지사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부통령이 될 딕 체니 전 국방장관의 위상도 달라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부시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 행정부의 국방장관으로서 걸프전을 총지휘 했던 보수 강경파인 체니 전장관이 외교.안보를 떠맡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것.

만일 이렇게 되면 미국의 대 북한정책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강경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없잖다. 게다가 콘돌리자 라이스, 폴 월포위츠 등 부시 외교안보팀의 라인업이 대체로 강성으로 짜여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방정책 지지도에서 61% 대 24%로 부시가 고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경제가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치러지는 선거에서 안보에 대한 강력한 입장이 더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할 경우 사태는 더욱 복잡해 질 전망. 이같은 분위기는 부시 후보가 이미 한반도 문제나 미사일방위(NMD) 체제에 관한 언급에서 여러차례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미국의 한반도 정책의 큰 흐름에는 급격한 변화가 없으리라 보고 있다. 공화당측이 겉으로만 그럴 뿐, 실제로는 민주당 행정부가 펼쳐 온 포용정책 보다 더 효과적인 정책을 강구하기가 쉽잖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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