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선 세의원 출국사태-'항명 각오한 소신' 여 벌집

국회법 날치기 처리 후 단독국회로 기세를 올리던 민주당이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여지없이 무너지는 모습이다. 소속의원 3명이 지도부의 비상대기령에도 불구 2일 외유에 나서는 바람에 단독국회를 유보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민주당 강운태.이강래.정범구 의원은 이날 오후 여당 단독국회에 반대하는 성명서만을 남겨둔 채 돌연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들 중 강.이 두 의원은 무소속으로 당선된 입당파이며 정 의원은 평소 "재선에 욕심을 내지 않겠다"고 밝혀온 소신파.

성명서에서 이들은 "약사법이 통과된 현실에서 야당의 극한 반대속에 더이상 여당만의 단독국회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소신과 현실적으로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상황인식을 갖게 됐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들 의원들의 출국목적은 미국 국무부가 마련한 문화교류 프로그램 참여와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관람을 위한 것이다.

이들의 출국소식으로 당 지도부는 비상이 걸렸다. 정균환 총무는 뒤늦게 이를 알고 미국 도착 즉시 귀국하도록 종용했지만 이들 의원들은 고집을 꺾지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붙잡는데는 서영훈 대표도 실패했다. 서 대표는 이들 세 의원이 공항으로 향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김덕배 비서실장을 통해 직접 통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세 의원 모두 휴대폰을 꺼놓거나 지도부와의 접촉을 피하는 등 작심을 한 듯 했다.

이날 오후 긴급 소집된 민주당 의원총회는 침통한 분위기였다. 마지못해 단상으로 나온 정 총무는 세 의원의 출국으로 사실상 의결정족수(137석)를 채우지 못한다는 점을 설명하고 "당분간 냉각기를 갖겠다"고 선언했다. 서 대표는 "세 명이 외국으로 나간 것은 기강의 문제"라며 문책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렇지만 세 의원을 문책 분위기로 몰아가려는 당 지도부의 시도는 소속의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박인상 의원은 "문책이니 뭐니 왈가왈부하지 말고 돌아온 뒤에나 논의하자"고 제동을 걸었다.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면서 지도부는 서둘러 의총을 마쳤지만 항명 의원들에 대한 문책과는 별도로 이들을 막지못한 당 지도부의 책임론도 뒤따를 전망이다.

李相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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