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 단독국회 유보 배경-의결 정족수 미달 고육지책

민주당이 2일 밤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단독국회' 운영 방침을 유보한 것은 어차피 한나라당의 극력 반대로 추경예산안 및 국회법개정안 등을 제 214회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즉 한나라당이 여당의 국회법 개정안 '일방처리'에 반발, 1일에 이어 2일에도 상임위 운영을 실력 저지하는 상황에서 더이상 '단독국회'를 강행하는 것은 득 보다는 실이 크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한나라당이 △국회법 개정안의 '원천무효' 선언 △강행처리와'밀약설' 유포에 대한 사과 △'날치기' 재방방지책 마련을 국회 정상화의 선결조건을 제시한데 대해 다각도로 절충안을 내면서 국회정상화 방안을 모색했으나 한나라당의 완강한 태도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까지 임시국회를 사실상 휴회시킨 뒤 냉각기를 갖고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한나라당과 다시 협상에 나서는게 전략상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것으로 보인다.

서영훈(徐英勳) 대표도 이날 의총에서 '단독국회' 유보 결정을 알리면서 "상대방이 워낙 강경하게 나오는 상황에서 더이상 국회를 단독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어렵다"고 이같은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강운태(姜雲太) 이강래(李康來) 정범구(鄭範九) 의원 등 당 소속 의원 3명이 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 국무부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기습출국'함으로써 여당이 의결정족수(137석)을 채우기가 어렵게 된 상황도 단독국회 유보 결정을 내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여당이 '단독국회'를 포기함으로써 일단 국회정상화를 위한 여야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된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이날 '단독국회' 유보 결정을 내리기 앞서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 자민련 오장섭(吳長燮) 총무와 연쇄접촉을 갖고 국회 정상화를 위한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것을 제의했다.

한나라당이 이날 저녁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의원간담회에서 이같은 여당의 결정에 대해 "여당의 무리수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면서 대체로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인 점도 협상의 여지를 열어 놓으려는 자세로 보인다.

그러나 여야가 일단 2주일여간의 '시간'을 벌었지만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문제를 둘러싼 입장차가 워낙 뚜렷해 이 기간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여야 일각에서 이미 운영위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을 법사위에 계류시키고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을 17~18석 정도로 조정하는 수정안을 다시 제출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기대를 거는 시각도 있다.

그렇지만 민주당으로선 국회법 개정안을 다시 운영위에 상정할 경우 자민련측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한나라당으로부터 국회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받아내지 않는한 선뜻 이 카드를 현실화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양측의 '접점찾기'는 간단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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