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朴智元) 문화관광부 장관이 방송의 선정성·폭력성을 추방하는 데 장관직을 걸겠다고 나섰다. 이 문제가 사회의 지탄을 받아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주무 장관의 이같은 결의에 공감한다.
방송사들의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텔레비전의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화면이 위험수위를 넘어선지 이미 오래다. 나이 어린 자녀들과 함께 보기가 민망한 수준을 넘어서서 어른이 혼자 보기조차 민망할 때도 적지 않다. 심지어 청소년 프로그램에도 섹스와 폭력이 빠지지 않는다.
최근 방영된 한 인기 프로그램에서는 여성 탤런트와 모델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다이빙을 하다가 젖가슴이 노출되기도 했다. 가족이 함께 즐길만하다고 평가돼 장기간 시청률이 높았던 프로그램까지 이 모양이니 한심하기 그지 없다. 올들어 방송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내용을 보더라도 개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속옷만 입은 여성모델이 근접촬영돼 방영되는가 하면, 주시청 시간대에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이 호텔방에서 서로 옷을 벗기는 장면을 내보냈고, 폭력배가 상대의 머리를 병으로 내리치는 모습도 그대로 보여 주었다.
주부들을 주시청자로 겨냥한 드라마는 불륜이 단골 메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텔레비전의 선정성과 폭력성은 오랫동안 문제가 돼온 코미디나 드라마 뿐 아니라 뉴스·다큐멘터리·교양 등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물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방송사들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영향력이 큰 방송 매체가 공익성을 저버리고 이같은 방향으로 치달아서는 안 될 일이다. 방송의 건전성과 공익성 확보를 위해 선정성·폭력성은 마땅히 척결돼야 할 당면과제다. 방송사들은 자율적으로 그같은 화면을 추방해야 하고, 방송위원회 등의 관련 기관과 사회단체, 시청자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이번 박 장관의 결의는 방송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방송위원회와 한국방송협회 회장단 간담회가 곧바로 열렸고, 공익성 강화와 선정적·폭력적 프로그램을 지양키로 하는 등 개선방안이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에는 문제가 있다는 점도 짚지 않을 수 없다.
독립적인 방송 총괄기구인 방송위원회를 제치고 주무 장관이 직접나서 개혁하겠다는 것은 방송위원회의 독립성과 고유권한을 침해할 위험이 없지 않다. 방송 프로그램 문제에 정부 관계기관이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저의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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