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오늘 막내려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조지 부시 텍사스 주지사를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한후 4일 정오쯤(이하 한국시간) 그의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듣는 것을 끝으로 4일간의 공식일정을 끝냈다.

◇대단원 = 부시 후보는 전당대회 3일째이던 3일, 전체 대의원 2천66명의 절반이넘는 1천42명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 후보로 공식 확정됐다.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전체 대의원의 과반수인 1천34명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다.

한국시간 4일 낮 11시30분, 현지시간으로 밤 10시30분에 시작된 부시의 후보 수락연설은 선거일인 11월7일까지의 본격적 대국민 선거유세의 시작을 알리는 진군가가 됐다. 부시는 앞으로 95일여에 걸쳐 백악관 진군을 위한 유세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수락연설을 통해 부시는 "미국의 정신을 다시 불러 일으키겠다"고 천명하고, 교육.사회보장.군사력 등의 저하를 들어 8년간에 걸친 클린턴 민주당 정권의 실정을비난하며 정권 교체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부시의 과제 = 부시는 전당대회라는 특별한 계기에 힘입어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이 고어 후보보다 10%p정도 앞서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측은 계속되고 있는

체니에 대한 비판여론으로 인해 기대했던 만큼의 지지율 상승이 이뤄지지 않고

있자 당혹해 하고 있다.

아버지가 대통령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대통령 선거에 나섰다는 민주당과 클린턴의비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부시가 지나치게 아버지의 정치적후광을 입고 있다는 일부 비판 여론을 불식시키고 독자적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급선무.

텍사스 주지사로 있으면서 정유 및 천연가스 생산업자들에게 세금혜택을 준 반면석유 공해 개선 노력은 지지부진했다는 점도 해명해야 할 숙제다.

선거자금 제도 개선, 세계화 반대, 낙태 권리 허용, 환경보호, 사형제 폐지 등

다양한 메시지를 갖고 시위에 나선 사람들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 역시 골치거리가 되고 있다.

◇체니의 과제 =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한 조기교육 프로그램, 실업자를 위한 의료보호, 남녀평등법 개정, 남아공 인권운동가 만델라 석방결의안 등에 반대해 온

전력이 비판받고 있다. 석유회사 회장 시절 중동지역의 각종 공사를 따내면서 걸프전 주관 국방장관이라는 입지를 최대한 활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있다.

이에따라 체니가 여성과 소수계에 관심을 보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부시가내세우는 '온정적 보수주의'가 선거의 승리로 이어지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당내 중도파 인사들은 요구하고 있다.

◇한반도 정책 = 팍스 아메리카나로 요약될 수 있는 강성 대외정책의 틀이 이번전당대회를 통해 제시됐다. 남북 해빙무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이 무력 행

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불량국가 리스트에서 빼지도 않았다. 민주당이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한 반면, 공화당은 남한과 북한의 차이점을 확실하게적시한 셈.

또 "한국은 귀중한 민주 동맹국인 반면 북한은 국제 체제 밖의 존재"라고 차별

성을 강조해 주목됐다. 부시가 승리할 경우 최근의 한반도 해빙 기류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화당의 과제 = 전당대회 기간 동안 90명이 체포되는 등 공화당의 사형제도

유지 입장 등 보수 색채에 반대하는 시위가 많았다. 25만 달러 이상 기부자는

로열석에 앉히는 등 거액 헌금자와 어울리는 부자의 당, 인종화합을 외치면서도흑인 대의원은 5%에 불과하다는 인종차별당이라는 비판의 소리도 높았다.

강한 미국 재건을 외치는 등 군사력 재건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적

잖다. 1억3천700만 달러라는 사상 최다 선거자금을 확보한 데서 알 수 있듯, '

돈잔치'였다는 오명도 씻어야 할 과제다.

◇자국민 반응 = 공화당 전당대회는 같은 시간에 방영된 영화에 비해 TV 시청률이 현저히 낮아 일반인들의 무관심을 반영했다.

첫날 시청률은 15% 전후였고, CBS와 ABC가 중계한 3일째 전당대회를 지켜본 시

청자는 각각 680만명, 590만명에 불과했다. 같은 날 CNN 시청자는 120만명, 폭

스와 MSNBC는 각각 70만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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