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3부자 퇴진론'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현대 내부에서는 정몽구(MK) 현대자동차 회장과 정몽헌(MH) 현대아산 이사회의장 진영은 서로 아전인수성 해석을 내놓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동안 잠잠하던 3부자 퇴진론은 1일 현대에 대한 채권단의 요구사항에 '오너퇴진'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불거졌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즉각 부인했지만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서는 '3부자 퇴진'이 국민과 시장에 대한 약속인만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금감위도 3일 '지배구조개혁'이나 '약속이행' 등의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 은근히 3부자 퇴진을 바라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새로 불거진 3부자 퇴진론에 대한 MK-MH 진영의 해석은 완전히 엇갈린다. MH 진영의 관계자는 "명예회장과 MH는 약속을 이행중이고 계열분리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채권단이 요구한 오너퇴진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MK를 지칭하는 게 아니냐"며 MK를 겨냥했다.
그러나 현대차 관계자는 "MK는 퇴진약속을 한 적이 없으며 유동성 위기에도 아무 책임이 없다"면서 "정부의 뜻도 MK퇴진이 아니라 명예회장이 자동차 지분을 정리하고 완전 퇴진해야 한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현대차 경영진이 금감위쪽과의 접촉을 통해 확인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금감위는 채권은행에게 3부자 퇴진론을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현대차쪽에서는 이번 퇴진론의 진원지로 MH 본인 보다는 가신그룹을 지목하고 있다. 퇴진론에 몰린 가신그룹의 일부가 '국면전환용 카드'로 3부자 퇴진론을 내세워 MK까지 끌어 들이려는 의도라는 것이 현대차의 분석이다. MK의 측근은 이와 관련 "MK가 사태 해결을 위해 해외출장중인 MH와의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현대 주변에서는 MK가 MH쪽으로 분류돼 있는 가신그룹 퇴진을 위해 MH에게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MK는 특히 MH가 돌아오면 만나겠다는 의사까지 밝힌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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